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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로 읽는 중국

영화로 읽는 중국/한국 중국현대문학학회 지음/동녘 펴냄

우리에게 영화는 오락이자 예술, 산업이자 이데올로기이다. 영화는 그 역사가 불과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크린은 현실을 투영하는 중요한 텍스트가 되었다.

이 책은 한국 중국현대문학학회의 토론 결과물을 엮은 것으로,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중국을 영화라는 텍스트를 통해 읽고 있다.

성과 사랑, 역사, 타이완, 화교, 홍콩의 정체성 등 중국 사회의 민감하고도 다양한 주제와 수십 편의 영화를 넘나들며 중국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보고자 한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에는 중국의 역사가 녹아있다. 그 역사는 정면으로 드러나기보다는 주인공 인생의 드라마로 언뜻언뜻 지나간다. 그의 영화 '인생'은 국공내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문화대혁명 등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사건들은 주인공의 인생 항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배경으로 작용했을 뿐이다. 장이머우의 영화는 역사적 사건의 가장 처절하고 아픈 순간을 절묘하게 피하면서 오히려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일화들을 삽입, 훈훈한 가족영화로 만들어낸다.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도 마찬가지. 문화대혁명의 광기는 등장 인물간의 갈등 속에 잘 감춰져 탈 역사적이다. 장이머우와 천카이거 감독이 과거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홍위병 세대에 해당하는 이들이 역사를 정면으로 대하기엔 지나치게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맥락에서 두 영화를 바라본다.

반면 홍콩의 중국 반환을 기념해 만들어진 영화 '아편전쟁'은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다루지만 2% 부족하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자기애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반성과 성찰이 부족하다는 것. 영화에는 서사와 함께 역사에 대한 반성적 태도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무협영화는 가장 근대적인 비주얼 양식에다 중국의 고유한 민간전통에 뿌리를 둔 문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흐르는, 가장 중국적인 장르다.

1970년대 전후 후진취안, 장처 감독에 이르러 중국 무협영화는 전성기를 이룬다. 중국의 정취를 흠뻑 담아, 단순히 보는 영화에서 사유하는 예술영화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인데, 혹자는 후진취안과 장처의 무협영화가 나온 뒤로는 진정한 무협영화의 시대는 끝났다고 평할 정도다.

이렇게 발달하던 무협영화는 1990년대 한 번 더 새로운 빛깔을 입는다. '동사서독'을 통해 전형적인 인물 구성에서 벗어나 현대적이며 개성적인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와호장룡'에 이르면 절대 선악의 구분이 사라진다.

이 책은 수십 편의 영화를 다루고 있는데, 그 시선은 사뭇 진지하고 학술적이다. 영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재미'와는 별개로 영화를 평가하고 분석한다. 영화가 과연 오늘, 여기 우리의 삶에 대한 성찰을 포함하고 있는가가 영화를 바라보는 중요한 요소다. 이 책은 각 글마다 '생각할 거리', '더 볼 거리'를 덧붙여 관심있는 독자들을 풍부한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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