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찰·변호사 비판 발언으로 촉발된 법조계 파문이 이번 주를 고비로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최근 공개적으로 유감 표명을 하는 등 연이틀 강경 입장을 보였으나 23일 전남 영암 월출산 산행에서 "자제와 절제가 필요한 시기다"라며 검찰 내부를 향해 더 이상 문제를 확산시키지 말도록 우회 당부했다.
서울변호사회가 22일 밤 개최한 창립 99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검찰이나 변호사를 비하할 뜻은 없었다"고 해명하는 등 대법원도 사태 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사기록 서류를 던져버리라"고 발언한 이후 나흘째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용훈 대법원장도 26일 일선 지방법원 중 마지막으로 서울중앙지법을 초도 순시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고 유감을 표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법원장은 24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A국회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 법원 연설에서 나온 일부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된 만큼 26일 서울중앙지법을 순시할 때 해명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명할 계획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의원은 "이 대법원장이 '사법부도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았기 때문에 그 책임을 통감하고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자는 취지로 말했으며 검찰과 변호사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법원과 검찰 수뇌부가 이번 파문을 가라앉히려고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한동안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관급인 이상훈 서울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는 24일 후배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검찰의 상대방은 피의자나 피고인이고 변호사는 당사자의 대리인이거나 변호인일 뿐"이라며 이 대법원장의 '법조3륜 부인' 발언을 옹호하는 등 사법부와 검찰 일선의 갈등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에 지난해 5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을 배제하는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놓은 뒤 쟁점화됐던 공판중심주의 논란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사개추위는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을 배제하기로 했다가 검찰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됐다고 인정할 수 있을 때만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을 내놓고 사태를 수습했다.
검찰총장이 최근 광주고검 순시 때 공판중심주의에 적극 대처할 것을 주문하고, 대검 수뇌부와 간부들이 26일 긴급확대간부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이 대법원장의 발언 취지를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가 사태 확산을 원하지 않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충분한 준비없이 공판중심주의 논란의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런 움직임과 달리 변호사 단체는 이 대법원장의 표현 자체를 문제삼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기류와 표현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사법개혁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기류가 엇갈리고 있어 25일 변협 상임위의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변협 지도부의 입장은 이 대법원장이 공개 사과하지 않는다면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거나 국회가 탄핵안을 발의하도록 회원들이 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에서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이 사법부와 검찰 사이에서는 억지로 봉합된 공판중심주의 논란의 재점화로 번지고 있다면, 사법부와 변협 사이에서는 법조 직역(職域)의 위상 정립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변협 상임이사회 회의 결과에 이어 26일 이 대법원장의 유감 표명이 이어지면 다시 공은 변협으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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