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에 물려 중상을 입은 중국의 한 조선족 농민이 당국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 시자산(西架山)촌에 거주하는 농민 김진성(金鎭成.68)씨는 지난 21일 오후 5시께 마을 주변의 야산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다 호랑이의 습격을 받고 오른쪽 쇄골이 부러지고 왼쪽 겨드랑이가 찢기는 등의 중상을 입었다.
김씨는 "2m 남짓한 호랑이가 바람처럼 달려 드는 순간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땅바닥에 나뒹군 뒤로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습격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회상했다.
호랑이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던 김씨는 다행히도 근처를 지나가던 주민에게 목격돼 구출될 수 있었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호랑이도 놀라서 달아났던 것.
김씨는 사고 직후 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담당 의사는 "김씨는 현재 정신적 안정을 되찾고 상처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김씨를 습격한 호랑이는 다름 아닌 훈춘국가급 자연보호구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 백두산 호랑이(중국명 동북호.東北虎)로 밝혀졌다. 김씨가 소를 방목하다 습격을 당했던 시자산촌 역시 바로 호랑이의 서식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훈춘시 공안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호랑이 발자국을 채취하는 등 조사를 벌여 보호구에 살고 있는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옥수수 밭에 숨어 있다 김씨가 나타나자 공격을 가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를 몸소 실천한 김씨였지만 호랑이로부터 습격을 당한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막대한 병원 치료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그는 "야생 동북호는 보호동물로 지정돼 있고 우리 모두 이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보호동물인 호랑이가 내게 상해를 입힌 만큼 유관부문에서 배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중국이 야생 호랑이 보호 노력을 강화하면서 호랑이들이 민가에 내려와 가축을 포식하거나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면서 관계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지린성을 중심으로 20여 마리의 야생 백두산호랑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김씨의 애절한 호소대로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
지린성에서는 호랑이가 가축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 법률에 의거해 주인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수년 전 호랑이에게 물렸던 훈춘시의 한 청년은 아직까지도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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