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조 비타민] ⑪수사 잘 받는 법

모 신문에 매주 한번씩 '수사 잘 받는 법'을 연재하기로 했던 서울중앙지검 K 검사가 1회만 기고를 하고는 결국 글 쓰기를 중단했다. 법조계에선 검찰 내부에서 기고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한데다 검찰총장까지 나서서 대국민사과를 하는 마당에 글을 계속 쓸 수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글은 단연 화제를 몰고 왔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인기 검색어가 됐으며 법조 주변에서도 그의 얘기를 하는 광경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변호사나 대학 교수가 아닌 현직 검사가 피의자의 권리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을 두고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법을 잘 몰라 억울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고맙기 그지 없다.

사실 한번이라도 검찰에 소환을 당해본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고문이나 강압 수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번 다시 갈 곳이 못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건물 자체가 주는 위압감이 대단한데다가 과연 이 건물을 자유롭게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엄청난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검사나 수사관 앞에 놓여 있는 철제 의자에 앉으면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 온다고 한다. 법에 보장된 피의자로서의 권리는 아예 생각이 안난다. 설사 권리를 알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권리 주장이 수사기관을 기분 나쁘게 하지는 않을까 우려를 한 나머지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현직 검사가 말해주는 피의자 대처 요령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그는 약자인 피의자가 반드시 지켜야할 행동지침으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고 조언한다. 자기 방어를 위해 하는 말들도 비수가 돼 돌아오기 십상이기 때문. 상황을 충분히 파악해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대처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사들도 "검사나 수사관은 피의자로부터 결과물을 얻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어떤 것이라도 시도하는데 그 앞에 외롭게 앉아 있는 피의자가 변호인의 도움 없이 여기에 적극 반응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K 검사는 첫 기고문에서 "수사기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피의자의 권리를 설명하는 글을 쓴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위의 여러 가지 상당한 근거 있는 염려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는 우리의 형사절차도 보다 선진적이고 체계적인 것이 되어야 하고 불가피하게 수사를 받게 되는 국민들도 과학적이고 투명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약자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피의자에게 알아서 권리를 행사해 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수사에 있어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다가가서 설명을 해주고 안심시켜주는 것이 순서에 맞는 것이고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조사를 받을 때나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 구속됐을 때, 압수수색을 당했을 때 등에서의 대처 방안을 계속 기고할 예정이라고 서두에서 밝혔지만 결국 포기했다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무척 아쉬울 따름이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