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돈·공장 '해외로 해외로'…성장잠재력 상실 우려

'사람도 돈도 공장도 한국을 떠나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이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가 더 많은 '인구 순유출' 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경제자유구역, 동북아금융허브 등 정부의 의욕적인 해외 직접투자 유치 정책에도 불구,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금액을 넘어섰다. 여기에 해외 주식 및 부동산을 사기 위해 빠져나가는 자금이 올 들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는 등 노동력·자본·공장의 동시 해외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성장잠재력 상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입국 수지' 만성적 적자

통계청의 국제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내외국인을 합쳐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장기입국자(90일 이상 체류)는 전년보다 26.7% 증가한 56만 2천 명이었던 반면 출국자는 33.0% 늘어난 64만 3천 명에 달해 우리나라를 떠난 사람이 8만 1천 명 더 많았다.

이러한 '출입국 수지' 적자는 지난 2002년 1만 3천 명, 2003년 4만 4천 명, 2004년 4만 명, 2005년 8만 1천 명으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계속 해외로 인구가 순유출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내국인의 출국 초과 현상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2만 9천 명, 10대 2만 4천 명, 10대 미만 1만 7천 명 등 20대 이하 연령층이 전체의 86.7%를 차지했다. 실제 외교통상부의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재외동포 규모는 지난 2001년 563만 4천 명, 2003년 633만 7천 명, 2005년 663만 8천 명으로 집계돼 인구 순유출이 재외동포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직접투자 유입보다 유출 많아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70억 8천만 달러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49억 1천7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았다. 반기 기준으로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2002년 상반기 47억 9천만 달러대였고 4년이 지난 올해 상반기에도 49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2002년 28억 6천만 달러에서 4년 만에 2.5배로 늘었다. 일정 기간에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의 직접투자를 차감한 직접투자수지는 올 들어 7월까지 6억 4천만 달러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50만달러 흑자였다.

◆"증권·부동산 투자도 해외 선호"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증권투자수지는 사상 최대인 164억 달러의 유출초과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을 감안하면 15조 원대에 달하는 자금이 해외로 순유출됐다는 얘기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를 본격화하고 나선 데다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던 해외 투자자들도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해외펀드 열풍이 불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과 채권투자는 156억 달러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이는 2004년과 2005년에 연간 순유출 규모가 74억 달러, 100억 달러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수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올 1~8월 중 해외 부동산 취득 실적도 총 668건, 2억 5천326만 달러로 이미 사상최대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서비스·기업환경 낙후가 원인

사람과 돈, 공장이 국내에서 이탈하는 데는 서비스와 기업환경 낙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종합지표는 OECD 29개 중에서 17위로 중간 이하이고 노동규제는 19위, 진입규제는 28위로 노동 및 진입규제 정도는 매우 심하다. 결국 같은 돈을 지불한다면 교육 환경이 좋은 선진국으로 유학가고 기업을 하더라도 해외로 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경쟁력에 치중하는 제조업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비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수출 대기업 역시 해외시장 개척 및 수요의 안정적 확보 차원에서 해외로 나가고 있다."면서 "소비나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국민의 수요는 질적 측면에서 높아지고 있는데 그것을 충족시킬 만한 서비스산업의 부재로 해외로 나가는 이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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