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에서 세기의 철각들이 트랙.필드의 향연을 펼친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4.러시아), '황색탄환' 류시앙(22.중국) 등 세계적인 육상 스타들이 출전하는 2006 대구국제육상대회가 28일 오후 3시30분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전에 뛰어든 대구시가 국내 육상 붐을 조성하고 국제대회 운영 능력을 검증받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다. 총 1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5개국 67명의 해외 일급 선수들을 초청했다. 국내 선수도 국가대표 70명이 총출동한다.
28일 하루 2시간30분 동안 16개 종목(남자 9, 여자 7)만 펼쳐져 팬들은 잠시도 숨돌릴 틈 없이 최고 수준의 육상 퍼레이드를 알맹이만 쏙쏙 빼내먹듯 지켜볼 수 있다. 대회는 KBS가 생중계한다.
◇어떤 스타들이 뛰나 = 초청 선수 가운데 최고 스타는 단연 이신바예바와 류시앙이다.
둘은 25일 각각 부산과 대구로 입국해 훈련에 돌입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는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마의 5m 벽을 넘었고 올림픽, 세계 실내.외 육상선수권, 유럽 육상선수권을 연달아 제패해 스물 넷의 나이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초특급 스타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최우수 여자선수로 두 해 연속 뽑혔다.
남자 110m 허들 세계기록(12초88) 보유자 류시앙은 동양인에 대한 단거리 육상의 편견을 떨쳐낸 아시아 육상의 간판이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상징하는 '1번 스타'로 내세우고 있다.
'땅콩 스프린터' 로린 윌리엄스(23.미국)는 여자 100m 세계랭킹 2위. 작년에도 대구를 찾은 윌리엄스는 157㎝의 단신 핸디캡을 딛고 폭발적인 쇼트 피치로 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레너드 스콧(미국)은 아쉽게 초청이 불발된 남자 100m 세계기록(9초77) 보유자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의 '대타'로 기용됐지만 9초94(개인기록)로 상당한 스피드를 자랑한다. 남자 200m에는 작년 세계랭킹 1위로 19초대 기록을 지닌 월러스 스피어맨(미국)이 출전한다.
남자 높이뛰기 스테판 홀름(스웨덴)은 아테네올림픽 금메달과 유럽육상선수권대회 1위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세계기록 나올까 = 대구국제육상대회가 국내.외적으로 관심을 끄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올해 육상 트랙.필드 시즌을 마감하는 마지막 초청 대회이기 때문이다. 경기 당일에는 외신 취재진도 꽤 몰려들 전망이다.
그랑프리 육상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이미 시즌이 끝났고 지난 23일 상하이대회, 24일 요코하마대회에 이어 28일 대구대회를 끝으로 한.중.일 트라이앵글 이벤트가 막을 내린다.
올해 마지막 대회라는 의미는 선수들에게 기록 달성을 향한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이신바예바는 작년 8월 헬싱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m01로 세계기록(실외)을 세웠지만 그 이후 1년 넘게 신기록 행진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실내에서만 한 차례 기록을 바꿨을 뿐이다.
필드 전문가들은 이신바예바가 처음 5m 벽을 깨뜨리기 전까지만 해도 여성의 근력을 감안할 때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5m대 기록은 무리라는 전망을 내놓았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은 '인간새'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가 1994년 세운 6m14로 1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다.
스피드, 파워, 유연성에다 일단 장대를 짚고 공중에 뜨면 그 때부터는 '체조 선수'로 변신해야 하는 장대높이뛰기는 가장 어려우면서 가장 인기있는 필드 종목이다.
이신바예바는 24일 요코하마대회에서 4m72를 넘었다. 최근 기록으로는 괜찮은 편이다. 무엇보다 열 네살까지 체조 선수를 했던 유연성이 언제든 기록 달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신바예바는 대회 전날인 27일 오후 스폰서인 아디다스의 대구 동성로 매장에서 팬들과 함께 '신기록 달성 기원의 벽'을 만드는 행사를 갖는다. 팬 미팅 차원이지만 그만큼 기록 수립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류시앙이 뛰는 110m 허들에서는 12초대 기록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류시앙은 상하이대회에서 13초10으로 숙적 알렌 존슨(미국)에 설욕전을 펼쳤다. 이번에도 존슨과 재대결한다.
남자 100m에서는 9초대 기록만 나와도 빅 뉴스다.
국내 트랙에서는 사상 최대 약물 사건인 벤 존슨(캐나다)의 금지약물 파동이 있었던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단 한 번도 9초대 기록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스콧이 9초94, 영연방대회에서 2위를 한 올루소지 파수바(나이지리아)가 9초85의 최고기록을 갖고 있어 이들이 막판 스퍼트만 해준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 '우리도 있다' = 이번 대회는 도하 아시안게임 전초전이라는 의미에서 국내 대표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일전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대표 선수들을 빠짐없이 출전하도록 했다. 비록 기록 격차가 나더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각들과 겨뤄본 경험이 도하에서 메달권 진입의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 100m에서는 전덕형(22.충남대)과 임희남(22.국군체육부대)이 27년 묵은 한국기록(10초34)에 도전한다. 일본인 단거리 승부사 미야카와 지아키 코치의 조련을 받아온 전덕형은 최근 비공인 10초39를 찍어 한국기록에 100분의 5초 차로 근접했다.
남자 5,000m에는 대학 최고의 장거리 건각 엄효석(22.건국대)과 '제2의 황영조' 전은회(18.배문고)가 지구력과 스피드를 겨루고 남자 110m 허들에는 2003년 달구벌에서 열린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18년 만에 트랙 메달을 따낸 박태경(26.광주시청)이 출전해 류시앙의 아성에 도전한다.
24일 요코하마대회에서 한국기록을 세운 세단뛰기 김덕현(21.조선대)과 핀란드 출신 에사 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은 남자 창던지기 박재명(25.태백시청), 정상진(22.한국체대)도 지켜볼 만하다.
'한국판 이신바예바'를 꿈꾸는 최윤희(20.원광대)는 2년 전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잠시 합동훈련을 했던 이신바예바와 재회한 다음 실력을 겨뤄본다.
◇국제 수준의 대회 운영= 이번 대회는 운영 전반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시뮬레이션으로 실험하는 장이다.
전문 외국인 장내 아나운서를 초청했고 신속한 경기기록을 계측하기 위해 해외에서 장비를 리스해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대회에는 IAAF의 아마데오 프란시스(푸에르토리코) 부회장과 카세르 브라보(멕시코) 집행이사 등 국제 육상계 지도자들이 대거 방한한다. 이들은 호주 브리즈번 등과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구시에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인사들이다. 조직위원회는 차질없는 경기 운영으로 확실하게 점수를 따내겠다는 복안이다.
대회 직전에는 요코하마(일본), 칭다오(중국)의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하는 한.중.일 구.군 대항 릴레이 경주도 펼쳐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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