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를 똑똑하게)영재, 어떻게 키울 것인가?

▶ 영재란

고등학교 재학시절에 칠판 가득히 풀이과정을 써 놓고서도 답을 못 내고 힘들어하던 수학 선생님에게 "선생님 이렇게 하면 간단히 풀리는데요?" 하면서 단 석 줄로 해답을 써내던 동기생이 있었다. 총명한 어린 영재들을 만날 때마다 그때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요사이 우리 주변에서 '영재교육원'이라는 거창한 간판을 내건 학원들을 흔하게 본다. 초등학교의 수업 보충을 위한 보습학원 대신 영재학원이 대유행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영재교육 시책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전국 25개 대학의 과학영재교육원과 한국과학영재학교, 전국의 과학고 등을 통해 영재교육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또 금년부터는 과학신동 프로그램을 신설해서 초등학교와 그 이전 단계의 영재들을 국가적으로 발굴하여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재를 발굴하고 키울 것인가? 아이에 대해서는 낳고 기른 부모가 가장 잘 안다. 애를 길러본 부모야 말로 최고의 영재아 감별사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또래와 견주어 볼 때, 아래의 특성 중 몇 가지가 우리 아이에게 해당될까?

△논리적이며 이유를 잘 댄다 △빨리 배운다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쓴다 △기억력이 뛰어나며, 관심분야가 넓다 △도덕적이며, 감정이 풍부하다 △권위에 도전한다 △완벽을 추구한다 △지칠 줄 모른다 △호기심이 강하고, 관심사에 오래 집착한다 △또래보다는 어른이나 나이 많은 친구와 어울린다 △뛰어난 유머 감각을 보인다 △어려서부터 읽거나, 읽어달라고 한다 △정의감이 높고, 공정성을 추구한다 △남을 모방하지 않고 자기방식을 고집한다 △예리한 관찰력과 생생한 상상력을 보인다 △창의적이며 발산적으로 생각한다 △숫자를 쉽게 다루며, 어려운 수수께끼 풀기를 좋아한다.

조사에 의하면, 위에 나열된 영재의 특성 중에서 3/4이 해당된다면, IQ가 최소 120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값은 수재의 평균값에 해당한다. 이들 중 95% 이상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에서 영재성을 보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IQ가 130이상인 사람을 영재라 하며, 145이상을 고도 영재라고 한다.

이런 영재들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추구한다. 전통이나 관습, 규칙이나 제한사항은 비논리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진정한 영재교육은 무엇일까? 이들의 창의성을 계발하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 영재를 위한 교육

창의성 교육 전문가인 토렌스 교수는 어른이 된 영재들에 대하여 그들의 어린 시절, 자신을 변화시킨 교사들이 어떠했는지를 조사했다. 그들이 말한 공통점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감정을 이해해 주었다. 배우는 일이 즐겁고 기쁘며,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흥미 있는 일에 푹 빠질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다. 친구와 어울리게 도와주고, 언제나 자신의 질문과 대답을 비웃지 않고 들어 주었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남을 스스로 깨닫게 해 주었다.' 그야말로 차가운 머리(이성)가 특히 발달한 영재아를 뜨거운 가슴(감성)으로 이해하고. 포용하고 격려해 줌으로써, 그들이 기죽지 않고 자신의 영재성을 더욱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학교교육에서 뛰어난 영재성을 지닌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문제를 풀 때, 한 가지 정해진 방법만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사가 가르친 것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불이익을 주거나, 정상이 아닌 학생으로 취급되곤 했다. 또 시험이나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것을 외우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것은 창의적 영재들에게 힘들고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당연하고 단순한 해답 이외에 추가적인 새로운 해법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만을 푸는 것은 창의적 미래 과학자를 위한 좋은 준비가 아니다. 수업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해답이 요구되는 더욱 많은 문제가 제시되어야 한다. 다양한 교육과정과 탐구활동과정을 통하여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다양한 결론을 학생 스스로 창의적으로 찾아내는 열린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 일반 학교교육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또 기존의 지식에 과감하게 도전하며, 창의성을 저해하는 낡은 사회규범에 저항하는 정신력을 키우도록 도와야 한다. 새롭고 참신한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주변 보통 사람들의 반대나 비판, 조소와 같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장애를 극복하는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

강용희(경북대 과학영재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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