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중·고 논술을 위한 철학이야기) ①통합논술 바로 알기

논술(logical writ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다. 미래 논술시험 당사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이들의 관심을 따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논술학원 등이 합쳐져 만들어지고 있는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지금까지 학생, 학부모들의 어려움은 단순히 양적으로 만 팽창된 이런 사교육시장에서 어느 학원을, 어떤 선생님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인가 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어려움은 전혀 새로운 차원이다. 주요 대학들이 제시한 새로운 논술의 개념인 '통합교과형 논술', '다면사고형 논술', '수리논술', '과학논술' 등은 현명한 대응은커녕 정확한 이해조차 어렵다. 어쩌면 이런 어려움은 현재의 논술 사교육시장에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기존 사교육시장 논술교육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논술의 원래 취지를 바로 세우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논술은 단순한 문학적 창작적 글쓰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비판적 읽기와 창의적 문제해결을 기반으로 자신의 주장을 논증적으로 개진하는 논리적 글쓰기이다: 논술은 자신의 세계관, 가치관등을 반영하여, 왜 자신의 주장이 정당한가 하는 것을 논증하는 과정을 반드시 포함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왜 '통합교과형 논술'인가? 이 개념은 새롭고 특이한 새로운 논술이 있다는 것을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암기과목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는 논술이 처한 현재의 문제 상황을 극복하여 그 본래 의미와 취지를 더욱 더 명료화하고 강화하기 위해서 도입된 개념에 불과하다.

기존의 논술 교재나 교육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에서 논술의 문제로 사용될 만한 중요 개념들이나 이론들에 관한 배경지식을 요약해주고 학생들은 이를 집중적으로 암기해 유사한 주제가 논술 문제로 출제되었을 때 암기한 내용을 대강 배열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집중되었다. 이런 교육 하에서는 한 문제에 하나의 답안이 존재해야 한다는 믿기 힘든 믿음이 팽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논술이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암기된 지식중심, 주입식 학습중심, 결과중심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논술고사의 원래 목적은 '교과 지식의 단순 반복 학습과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탐구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과 독서와 토론을 통한 사고능력의 배양을 지향함으로써 이른바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왜곡되어 있는 중등학교 교육의 정상화 유도'에 있다. 그래서 통합교과형 논술은 논술의 본래 목표인 첫째 암기를 통한 지식 중심 교육에서 사고력 중심 교육으로, 둘째 결과 중심적 교육에서 중간의 사고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과정 중심적 교육으로, 셋째 주입식 교육에서 자기 주도적 교육으로의 변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통합교과형 논술은 '교과와 교과의 단순한 통합이 아닌, 고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학생의 내면에서 길러지는 사고력의 통합'을 지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창의성의 토대가 되는 과목전이적인 통합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임의적인 과목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그런 영역들을 넘나드는 통합적인 이해가 창의성을 배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통합교과형 논술은 창의성을 중시하는 논술시험인 것이다. 철학적 논제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영역전이적인 통합적 사고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은 철학이 원래 인문, 사회, 예술, 과학 등의 다양한 학문 영역을 분석, 비판하는 보편학문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철학의 본령인 논리적, 비판적 사유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유능한 논술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논술의 주제 자체가 통합적이고 범교과적인 것일지라도 궁극적으로 모든 심오한 문제가 철학적일 수밖에 없듯이 다양한 철학적 논제들에 관한 논리적-비판적 분석을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하고서는 좋은 논술문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철학논술 또는 논리논술이란 용어는 이러한 절실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대학들은 통합교과형 논술로 수험생의 논리적-비판적-창의적 사고에 대한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지식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고자 한다. 즉 '지식기반 사회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심은 암기하고 있는 지식의 양보다 습득한 정보와 지식을 통합하여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 즉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에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제 수능시험 이후의 짧은 기간 동안의 고액의 과외를 통한 낡은 방식의 집중적인 논술교육으로는 기본 점수 이상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 논리를 통한 비판적-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에 집중하고 오랜 기간 대비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필자도 많은 고교 논술 특강을 통한 경험으로 다양한 철학적 논제의 분석을 통한 비판적 읽기와 토론이 결과중심적-영역단절적-암기식-주입식 중심의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의 본성적 사고력을 자극하여 지적인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 자기 주도적 비판적 시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그들의 스펀지 같은 두뇌를 채워줄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철학적 논제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왕(영남대 철학과 교수)

※ 이번 주부터 이종왕 영남대 철학과 교수의 철학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통합논술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 초·중·고교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철학적 주제들을 알기 쉽게 설명할 예정입니다. 이종왕 교수는 네브라스카-링컨 대학에서 언어심리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각종 국가고사에 언어·논리·추론 분야 출제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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