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강도시 포항' 입지 '흔들'…투자처 서·남해안으로 옮겨

'철강도시 포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포항을 중심으로 공장을 가동해 왔던 국내 굴지의 철강업체들이 최근 속속 투자처를 충남 당진 등 서해안과 광양, 순천의 남해안권으로 옮기고 있어 가뜩이나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포항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포항상의 등 지역상공업계는 "투자처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회사들이 경영합리화 차원이라고 설명해 포항투자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가 쉽잖다."면서 "포항에서의 기업경쟁력이 그만큼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며 애를 태우고 있다.

동국제강은 25일 기업설명회를 갖고 충남 당진 현대제철 근처 20만 평에 7천6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50만t 규모의 후판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5만t 규모의 배를 댈 수 있는 자체 부두를 갖춘 이 공장은 2007년 1월 착공해 2009년 8월 완공 예정이며, 대형선박이나 강 구조물 등에 쓰이는 고강도 후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1971년 국내 최초로 후판 생산을 시작, 1991년 포항에 연산 100만t 능력의 체제를 갖춘 바 있는 동국제강은 1998년 포항 2후판공장 준공 후 포항공장에서 연 260만t을 생산해 왔다. 매출액 2조 3천억 원에 고용인원은 1천700여명 규모다. 동국제강은 이날 충남 당진공장 계획에 대해 "선대에서 시작한 후판 사업을 고급화·고도화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항지역 상공업계는 이날 동국제강의 당진공장 발표에 대해 매우 실망스런 반응을 보였다.

한 상공인은 "그동안 나돌던 이야기가 이제 현실이 됐다."면서 "동국제강 당진공장이 가동되면 동국제강의 주력이 포항에서 당진으로 옮겨갈 것이 예상된다."며 우려했다. 당진의 경우 포항 강원산업을 인수한 현대제철이 구 한보철강마저 흡수·합병시켜 가동하고 있는 등 신흥 철강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가 차세대 철강이라는 니켈 및 마그네슘 판재공장을 각각 전남 광양과 순천으로 사업부지로 결정하는 등 그동안 포항 중심으로 운영해 왔던 대형 철강회사들이 포항투자 보다 외지 투자로 돌아서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편 동국제강은 이날 세계 4위 철강업체인 일본 JFE스틸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고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하타 하지메 JFE스틸 사장이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조인식을 가졌다.

동국제강이 JFE스틸과 제휴를 강화하는 것은 최근 요동치고 있는 국제 철강업계의 재편 과정에서 입지를 높이려는 포석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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