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의 생각이 사회를 바꿔"…대구 온 박원순 변호사

"생각이 바뀌면 도시가 변하고 도시가 변하면 행복해집니다."

대구 중구청(청장 윤순영)이 마련한 '명사 초청 특강' 강연을 위해 25일 대구를 찾은 박원순(50)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변호사,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많은 직함을 가졌지만 그가 건넨 명함에는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씌어 있었다. 말 그대로 사회를 하나씩 바꾸어나가는 일이라는 것이 박 이사의 설명.

"희망제작소는 사람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실현해가는 일을 합니다. 이곳 구성원들과 사회를 업그레이드(Upgrade) 시키기 위해선 어떤 일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하죠. 한 가지 아이디어가 구체화될 때마다 신이 납니다."

당초 박 이사는 정치개혁 선봉에 선 시민운동가로, '나눔운동' 전도사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다. 대구지검 검사생활을 1년 만에 끝내고 변호사 생활에도 행복감을 맛보지 못한 뒤부터 뛰어든 일이었다.

"검사가 됐지만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일이 적성에 안 맞았어요. 제 눈엔 피의자들 모두 안타깝더라고요. 차라리 판사였다면 더 버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호사 시절, 돈도 좀 모았지만 정작 행복감을 느낀 건 그 돈을 이웃에게 나눠주면서부터에요."

그는 정치개혁을 위한 제도개선 운동과 나눔운동, 그리고 희망제작소에서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올해 초 만든 희망제작소의 일 역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다.

"끊임없이 정치를 하라는 권유가 들어옵니다. 하지만 전 이미 정치를 하고 있어요.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사회를 조금씩 바꾸어가고 있잖아요. 나눔운동을 하면서 기부문화를 널리 알리고 아름다운가게를 퍼뜨린 것도 마찬가지죠. 이 일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도시의 미래-문화를 디자인하다'. 그는 창의적인 생각들이 도시와 사회를 바꾼다고 강조했다. 오래전 문을 닫은 독일의 제철소, 광산을 생태공원으로 만든 일, 도심에 여유 공간을 둬 공원을 만들고 예술가들이 설 자리를 제공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세상을 바꾸는 정책은 거창하지도 않고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들의 조그만 생각들이 모여 큰 희망이 될 수 있어요. 시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장밋빛 미래는 꿈이 아닐 겁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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