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는 보험(保險)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성장하는 유기체에 비유된다. 보험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현재의 확실성으로 전환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느 고속버스회사가 어떤 중소도시와의 사이에 여객버스 노선을 개설코자 할 때, 예상비용과 예상수입을 계측하여 예상수입이 예상비용보다 크다고 전망되면 새로운 노선개설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미래에 버스 전복사고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개입되면 노선개설의 투자결정은 어렵게 된다. 이 때 만약 버스회사가 매월 버스 한 대당 일정 보험료만 납부하면 자동차보험회사가 전복사고의 모든 사후비용을 처리하는 사회적 보험체제가 정비되어 있다면, 막대한 손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의 세계는 매월 일정 보험료 납부라는 확실성의 세계로 전환되고 투자결정은 촉진된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초기에 중점 육성된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전기전자, 기계, 반도체 등의 산업들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보험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성장한 산업들이라 할 수 있다. 성공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민간기업의 차원에서는 쉽게 투자할 수 없는 산업이지만, 정부가 외국차관에 지불보증해 주거나 자본금의 일부를 출자하거나 하여, 미래의 모험수준을 낮추고, 보험수준을 증가시켜 줌으로써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그 산업에 투자케 하여 시장경제로 진입·성장시킨 산업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시장경제의 성장·확대에 필수적인 보험작용의 최후 보루는 국가안보라는 점이다. 안보수준이 취약하면 시장경제의 모험수준은 증가되고 보험수준은 저하된다. 68년에 김일성의 지령을 받은 북한의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했을 때, 자본의 회임기간 3개월짜리 최단기 주택건설투자가 모두 정지되었던 적이 있다. 자본의 회임기간 8년 내지 10년짜리 장기공업투자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동북아균형자?로 자처하면서 노무현정권이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보험수준을 크게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조기정보자산의 상실로 인한 전쟁억지력의 격감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부대구조와 무기체계는 속도전을 준비한 무기체계로서 장?단거리 미사일(약 700여기), 장사정포(약 1000여문), 후방교란용 특수부대(약 12만명)로 특징된다. 이 중 서커드 미사일은 황해북도 신계 미사일 기지로부터 서울은 약 3분 30초의 거리에 있다(우리의 대응시간 2분13초). 조기정보가 전쟁의 승패에 치명적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지난 7월 5일 새벽 3시부터 3시 반까지 북한이 장?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일본은 3시 52분에 전군비상경계령, 4시 30분에 안보관계각료회의, 6시 17분에 아베 관방장관 기자회견, 6시 30분에 외무장관과 방위청장관의 대국민 상황보고로 국민을 안심시켰다. 조기정보에 대한 미?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나타내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5시에 노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다고 하고, 10시10분에 대국민 상황보고가 있었다. 일본과 약 2시간의 시차가 존재한다. 속도전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전을 감안 할 때 2시간이란 시차는 이미 승패를 갈라놓는 결정적 시간자원이 된다.
둘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장기적 악영향이다. 어떤 국민경제가 일정수준의 전쟁억지력(목표치)을 확보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취하는 정책경로는 두 경로가 있다. 하나의 경로는 부족한 전쟁억지력을 강대국과의 동맹관계를 통하여 보완하면서 낮은 국방비를 유지하고, 그 재원으로 경제성장을 고속도(高速道) 위에 올려놓은 뒤에 경제력이 커졌을 때 전쟁억지력의 일정 목표치로 진입하는 경로(예 : 일본. 국방비 GNP의 0.9%. 그러나 절대액은 우리나라의 4배)와, 처음부터 높은 국방비를 지불하면서 국도로 진입하여 헤매다가 경제력과 억지력 둘 다 낮은 수준에 귀착되는 경로(예 : 개방전의 중국과 소련)가 있다. 우리는 어떤 정책경로를 택할 것인가. 설익은 민족·자주를 외쳐대는 노무현정권에 의해서 이제 한국경제는 G7 진입이라는 부푼 꿈을 접고, 무거운 조기정보획득비용과 무기구입비용의 짐을 트렁크에 싣고 고속도에서 굴곡이 심한 국도로 진입해서 중진국에 좌초되어버릴 운명 앞에 놓인 것이다.
유한우 계명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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