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감사원의 금융공기업 감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국책은행들의 난맥상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바뀐 시대상에 따른 역할을 재조정하는 와중에 무차별 영역 확장에 나서는가 하면 시장보다 칼자루를 쥔 정치 외풍에 관심을 두는 관행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각종 이권에 연루돼 뇌물 수수 의혹을 받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으며 그들만의 영역에서 과한 보수를 챙기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 TF 진행중에 문어발 영역 확장 = 국책은행들이 최근 들어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은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국책은행들이 문어발식 영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은행은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하고 소매금융을 확대하는 등 종합금융사로 도약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은 물론 다른 국책은행과도 충돌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베이징 구상을 통해 해외 진출기업들에 대한 해외 투자 및 사업자금 지원, 해외 에너지 자원개발 금융지원으로 영역을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수출입은행법이 규정한 수출입은행 고유의 영역이다.
산업은행은 또 소매 금융에 이어 PB(프라이빗뱅킹),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카슈랑스 등 민감 금융회사의 영역에도 진출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 "시장보다 정치 외풍에 신경" = 국책은행의 난맥상은 시장보다 정치적 외풍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산은 총재와 수출입은행장은 정부의 몫이라는 공식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면서 정권에 줄대기가 우선시되고 이에 따라 실력보다는 학연, 지연 등의 인맥을 통해 자리가 바뀌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도 경쟁을 통한 자기 개발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에 만족하는 분위기가 상당 부분 형성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장이 힘있는 '고위층' 출신이고 직원들도 맷집이 좋다 보니 감독기관도 국책은행들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책 금융기관들은 이에 비해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영업 패턴을 선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LG카드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기본적인 법률 검토조차 하지 않아 공개매수 조항을 간과해 매각 방식이 중도에 바뀌는 황당한 오류를 범했다.
산업은행은 애초 공개 경쟁입찰 공고를 냈지만 인수 후보 중 하나였던 바클레이즈가 문제를 제기하자 금융감독원의 유권해석을 얻어 공개 경쟁입찰과 공개 매수를 접목시킨 국내 M&A 사상 유례없는 '묘한'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캠코(자산관리공사)가 동아건설의 일반 건설업 면허 회복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을 진행해 빈축을 샀다.
◇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 국책은행들은 또한 민간 금융회사들이 담당하지 못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본연의 임무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3개 은행의 은행장 및 총재의 연봉 평균은 지난 2004년 기준으로 6억3천600만원에 달했다. 여타 13개 정부투자기관의 기관장 평균연봉 1억5천700만원보다 4.1배가 많고, 2억8천800만원인 한국은행 총재보다도 2.2 배를 더 받았다.
2004년 한국은행의 직원들은 3개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 6천840만원보다 20.1% 많은 8천218만원을 받았고, 이는 13개 정부투자기관 평균 4천357만원보다 88.6%나 높은 수치였다.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도 시중 3개은행보다 12.8% 높은 7천717만원의 평균연봉을 기록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우리은행은 평균 6천899만원이었다.
감사원은 이런 과도한 인건비 지급에 편법이 동원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휴직자에도 성과급을 주거나 과도한 복지후생제도를 운영하는 등의 사례도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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