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법원장의 '한 건'과 공판중심주의

이용훈 대법원장은 어제 그의 거친 發言(발언) 시리즈들을 스스로 정리했다. 결론은 "한 건 했다"는 것이다. 오로지 법원을 위해 크게 한 건 했다는 무용담과 자랑으로 地法(지법) 순시를 마쳤다. 지극히 실망스럽다. 예상됐던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지만 그런 것은 국민의 진정한 관심사가 아니다.

그의 발언들이 검찰'변호사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共感(공감)을 얻었던 것은 사법 현실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대체로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제 발언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말썽 발언들이 이른바 法曹(법조) 3륜 중 2륜을 따돌리고 법원의 우월적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한 건'에 초점을 맞춰왔음을 드러냈을 뿐이다.

쟁점화 시킨 公判(공판)중심주의가 꼭히 국민을 섬기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행 제도와 마찬가지로 공판중심주의도 장단점이 있다. 늘어날 공판 횟수와 시간, 暴騰(폭등)할 변호사 비용에 피해자'증인뿐 아니라 피의자까지 더 지치고 힘들어질 수 있다. 위증도 난무할 것이다. 이렇게 훼손될 인권에 대한 법관의 책임과 각오가 전제돼야 한다. 엄청나게 늘려야 할 법관과 법원 직원 등 몸집 불리기가 가져올 부작용도 없지 않을 것이다.

공판중심주의가 말썽과 감정싸움 끝에 실행돼선 안 된다. 이른바 법조 3륜 공동의 연구 검토를 촉구한다. 법원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주도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대법원장의 '밀실수사 검찰' '사람 속여먹는 변호사' 발언에 박수 친 것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令狀(영장) 발부하는 법관'까지를 포함한 그의 발언에서 사법 개혁에 대한 의지를 읽었기 때문에 반색했던 것이다. 대법원장의 말썽 발언 뒤에 있어야 할 것은 진정한 사법 개혁에 대한 論議(논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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