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농촌체험] "농촌체험 통해 가족끼리의 정 더 돈독해져"

청도 금천면 박곡리는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름 그대로 바가지 모양을 한 포근한 곳이다. 100여 호의 농가가 농촌 그대로의 어메니티(amenity)를 간직하고 있는 친환경마을로, 마을 곳곳이 청도반시 나무로 둘러쳐져 있고, 여기저기 사과· 복숭아 밭이 있어 복잡한 소로(小路) 주변의 집이 없다면 마을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다.

감 염색, 밤따기, 미꾸라지잡기, 고구마캐기, 짚풀공예 등은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체험행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40여 년 만에 해본 금줄 새끼꼬기는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고, 모닥불 고구마굽기는 세월의 속도를 가늠케 해주었다. 별밤 날씨는 9월답지 않게 싸늘함으로 침투해 왔지만, 군밤·군고구마는 저녁의 출출함을 달래주었고, 정에 굶주린 듯한 도회지 사람들의 정겨운 막걸리 파티는 밤늦도록 흥겨웠다.

농촌체험은 인간의 정을 나누는 자리이다. 꼭 농촌사람과 도회지사람이 아니더라도 도회지사람들끼리 이웃이 되는 자리이다. 또 가족끼리의 사랑도 한층 더 깊어진다.

여기에도 아쉬움은 있었다. 농산물 판매가 농가소득으로 연결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농촌의 잔정으로만 남아있었다. 또 마을을 앞장서 이끄는 선도자외에 주민들의 참여도가 낮다는 점, 민박집의 불편한 세면시설 등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인근 신라 천년고찰 대비사의 고즈넉한 가을 풍경, 돌에서 솟아나는 물 한 모금의 여유를 맛본다면 그런 아쉬움 따위는 말끔히 털어버리리라.

유병규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연구팀장(경제학 박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