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판중심주의로 '범죄율 증가' 우려"

현직 판사가 내부통신망 통해 보완책 주문

공판중심주의 방식의 형사재판이 대세로 굳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직 판사가 공판중심주의가 본격 시행되면 단기적으로 범죄율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주문해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5단독 설민수(36·사법시험 35회) 판사는 27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공판중심주의에 관한 한 기우'라는 글을 올려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제가 걱정하는 건 법원이 재판을 어떻게 하느냐와 함께 사회가 얼마나 법원의 시도에 지속적인 지지를 보여줄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어느 사회나 법원의 변혁 시도에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법원의 시도가 치안·법질서 유지 등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의 시도에 의해 사회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할 경우 다양한 수단을 통해 법원의 시도를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판중심주의의 미래는 장기적인 범죄율, 종래 형사사법에 집중돼 있던 사회적 분쟁해결 수단으로서의 부담을 대체할 싸고 신속한 다른 제도의 마련, (재판) 지연의 문제, 피고인의 참여를 활성화할 여건 마련 등 네 가지에 달려있다.

그 중 아마도 여론과 법원의 노력의 결과를 결정할 것은 장기적인 범죄율의 증가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걱정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는 적어도 일정 기간 동안의 범죄율 증가를 수용해야 하는 제도라는 점이다. 공판중심주의는 재판을 받던 범죄 용의자의 상당수를 구속하던 체계에서 불구속 체계로 진행함과 동시에 증거를 인신구속과 그에 따른위협을 통해 간이하게 얻던 방식에서 수사기관의 노력과 과학성을 요구하는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추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이는 상대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은 자들이 종전보다 사회에 더 많이 풀려나가 있고 발각될 가능성도 종전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재판과정에서 불구속 확대는 상대적으로 선고형량을 감소시키며, 한국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인다. 이는 단기적으로 일정 기간 범죄율의 증가를 불러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론 한국은 범죄다발군인 15∼35세 사이 남성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다"면서도 "나머지 요소들이 법원의 노력으로 어느정도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 첫 번째 요소는 거의 법원과는 관계없는 외생변수여서 걱정이 된다"고 끝맺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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