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다섯 번의 기제사, 두 번의 명절 차롓상을 직접 차려온 김모(58·여·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씨는 3년 전부터 제사와 차례 음식을 대행업체에 맡기고 있다. "허리가 아파서 더 이상 제수 음식을 장만하는 게 힘들었죠. 며느리가 있지만 요즘 젊은 사람이 제대로 하겠어요? 처음엔 집에서 만든 음식에 비해 입맛도 맞지 않았지만 명절을 편하게 보낼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
◆명절 중노동 벗어나고파
이번 추석에는 어떻게 차롓상을 차릴까? 제수용품을 사는데도 몇 시간을 들여야 하고, 게다가 음식을 장만하는 데는 반나절 이상 '중노동'을 해야 한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주부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이나 소화불량을 앓으며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기도 한다. 어른들이 들으면 눈살을 찌푸리겠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사는 젊은 여성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차롓상 대행업체의 힘을 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유모(35·대학 강사) 씨는 "6시간 이상 차를 타고 대구에 가면 바로 앞치마를 걸치고 전을 부쳐야 하며, 명절 내내 손님들 뒤치다꺼리 하고 다시 보따리 챙겨서 집에 가기 바쁘다."며 "이런 명절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추석에는 시부모님과 상의해서 제수 음식을 대행업체에 맡기고 싶다."고 푸념했다.
차롓상 대행업계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에서 주문이 많지만 '어른들'의 주문도 늘고 있다고 한다. 자식들의 말못할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어른들이 '특단'을 내리는 것이다. 정복희 한국제사상차림 원장은 "어른들이 멀리서 차례를 지내려고 오는 며느리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조상에게 드릴 차롓상을 왜 남에게 맡기냐.'는 주변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음식 주문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차롓상 대행 상품 이용 방법
추석을 맞아 유명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다양한 차롓상 대행 상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전국을 대상으로 주문을 받고 배송을 하고 있는데 상당수 업체들은 제휴를 맺은 지역 업체를 통해 음식을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업체에 주문하는 것이 좋겠다. 늦어도 추석 당일 2, 3일 전에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일부 지역에는 배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문 전에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 여러 업체들을 비교해 가격과 제수용품 종류와 양을 따려보는 것이 좋다.
대구지역 업체의 차롓상 대행 상품의 가격은 16만~39만 원으로 다양하다. 가족이 많지 않은 경우엔 20만 원 미만의 상품이면 충분하다.
'가가례'(家家禮)라고 해서 집마다 예법과 차롓상 음식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업체에서 제공되는 음식의 종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뺄 것은 빼고, 필요한 것은 추가 주문해야 한다. 최근에는 가족의 입맛에 맞춰서 퓨전 음식을 제공하거나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정 원장은 "차례 음식에는 금기시 되던 고명을 얹어 달라는 경우도 있고, 가오리 같은 건어물을 물에 불려서 불고기 양념으로 조림해 달라는 주문도 있다."고 했다. (2006년 9월 28일자 라이프매일)
김교영 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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