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힉스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녹음만이 흘러나왔다.
2005년 11월 29일 오전 6시. 힉스는 이미 한 시간 전에 일어났다. 면도를 하고 침대를 정리한 뒤 옷을 갈아입었으며 독방에서 무언가를 읽고 있다.
10분 뒤 힉스는 아침식사를 거르겠다고 말했다. 6시24분 . 그는 마음을 바꿔 스위트 롤 2개를 달라고 했다. 9분 뒤 그는 치아를 닦고 자리에 앉아 성서를 읽었다.
6시40분,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여전히 받지를 않는다. 그는 샤워를 하기로 했다. 6시 44분. 그는 전화를 걸 시간이 많지 않다. 3시간 뒤에 사형집행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오하이오주가 사형을 부활한 뒤 주 교도당국은 사형수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에 남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두 23명의 사형수가 루카스빌의 주립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사로 삶을 마감했다.
루카스빌 교도소는 사형수가 입감하는 날부터 그 다음날 장의사가 시신을 옮겨갈 때까지 사형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컴퓨터에 입력한다.
AP통신은 정보 공개 요청을 통해 이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다. 자료는 아무런 감정이나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이들의 행동을 일지 식으로 차갑게 기술하고 있다.
2001년 6월 14일 오전 5시 2분. 절도 현장에서 살인을 저지른 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존 D. 스콧은 코를 골며 자고 있다. 형집행 5시간 전이다.
2003년 4월 28일 오후 1시32분. 여자를 목 조르고 칼로 찔러 죽인 사형수 데이비드 브루어는 이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9분 뒤 브루어는 소감을 피력했고 일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해가 눈부셔 오늘 아침에는 거동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많은 새 차들을 보았다."
기록자는 형장에서 불과 17 걸음 떨어진 독방의 맞은 편 책상에 앉아 사형수들을 관찰한다. 관찰 기록은 가끔 철자가 틀리거나 문법상의 오류가 있다.
관찰기록에 따르면 일부 사형수는 죄과를 받아들인다. 마약을 대기 위한 돈이 필요해 잠들어 있던 부모를 죽인 스콧 밍크는 형제.자매들로부터 스스로를 용서하라는 말을 들었다. 기록은 이렇게 적혀 있다. "그는 미안해했다"
그러나 사형 집행이 임박했어도 후회함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앤드루 데니스는 필요한 것이 있느냐는 교도관의 말에 "여기서 나갈 헬리콥터를 달라"고 답했다.
그는 1994년 절도 행각을 벌이다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듣지 않은 사람에게 총질을 했다. 마지막 식사는 생선 구이와 마늘빵, 3개의 파이였다. 그는 배를 채운 뒤 위장이 아프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에는 적혀 있다. 오전 10시 10분에 그는 사망 선고를 받았다.
관찰기록에 의하면 세상의 마지막 밤을 맞은 사형수들은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지만 숙면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허먼 애쉬워스는 2005년 9월 26일 오전 9시 22분 도착해 다음달 오전 10시 19분 사망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그는 밤새도록 편지를 쓰고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았다. 간간이 담배를 피우고 청량 음료수도 마셨다.
애쉬워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9시9분의 기록은 "무릎을 꿇고 나직이 흐느끼고 있다"고 적고 있다.
2002년 2월18일 오후 4시21분. 사형수 존 버드를 관찰한 기록은 교도관이 그가 물리친 샐러드를 "나중에 다시 달라고 할 경우를 대비해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나중'은 결코 오지 않았다.
사형수 조지프 클라크는 마지막 날 아침에 기상하자 탈취제를 몸에 뿌렸다. 존 글렌 로우는 전날 밤 목이 아프다며 따뜻한 소금물을 달라고 말했다.
윌리엄 스미스는 독방의 창과 벽, 문을 청소한 뒤 교도소 내 도서실에서 가져온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 관찰기록은 그가 책을 다 읽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 사형수들은 변호인, 교도관들과 스포츠에 대해 얘기를 하곤 한다. 형집행이 임박했지만 웃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사형수 스코트 밍크는 "담배 하나를 더 피운 다음 끊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오전 9시 29분에 기록된 내용이다. 형집행 1시간 전이었다.
일부 사형수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법률 서류와 씨름하기도 한다. 형집행을 막기 위해 법정에 제출할 서류를 타이핑하거나 문서를 팩스로 전송한다는 것.
엄마에게 필사적으로 전화를 걸던 존 힉스는 8시 6분 목사를 다시 불렀다. 8시 8분 교도관이 힉스의 엄마를 전화로 연결했다. 두 사람은 4분 동안 통화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그 내용은 적지 않고 있다. "힉스는 전화를 끊은 뒤 목사와 다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힉스는 간호사를 불러 진정제를 달라고 했다. 그는 목사와 다시 대화를 나눈 뒤 8시 28분 잠시 볼 일을 보았다. 힉스는 그 다음 1시간을 목사와 다시 얘기하고 성서를 읽었다. 중간에 물 한 컵을 마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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