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례상의 '감초' 돔배기에 대한 모든 것

한가위가 코앞이다. 이맘때면 제사상을 준비하려는 주부들의 장바구니는 한없이 무거워지지만 푸짐하게 상에 오르는 제사음식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지역의 제사상에는 다른 지방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이 위풍당당하게 놓여있다. 다름 아닌 '돔배기'다.

돔배기는 한마디로 상어 고기를 말한다. 왜 상어 고기를 돔배기라고 했을까. 그 어원부터 살펴보자. 돔배기는 '토막고기'라는 의미의 경상도 사투리에서 유래했다. 전민욱 영천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영천에서 몸집이 큰 상어를 토막을 내 팔면서 돔배기라 불렀고 이것이 하나의 이름처럼 되어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사상에 오르는 돔배기는 보통 산적이다. 돔배기를 소금으로 절여 포를 뜬 다음 꼬지에 꿰어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다.

이 돔배기는 대구를 비롯해 영천, 경주, 안동, 의성 등 경북 내륙 지방 외에는 좀처럼 제사상에서 찾기 힘들다. 이유는 지형적인 영향이 크다. 예부터 5, 6월에 동해에서 상어가 많이 잡혔고 이를 이용한 음식이 경북 양반집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과거엔 요즘처럼 냉동 시설이 마땅치 않아 내륙지방에선 날 생선을 먹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소금을 절이는 방법이 성행했고 돔배기 또한 토막을 낸 다음 소금에 절여 경북 내륙 지방으로 옮겨지게 됐다. 이를 독에 담아 땅 속 깊이 묻어두었다 추석과 설에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에 경북 내륙 지방에서 돔배기는 제사상의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돔배기에 사용되는 상어 종류가 따로 있을까. 상어는 우리나라 연근해만도 40여 종이 있다. 하지만 돔배기에 사용되는 상어는 참상어와 청사아리, 귀상어 등이다. 이 가운데 양제기(제수용으로 좋다는 뜻)라 불리는 귀상어가 가장 고급이다. 참상어는 고기에 감칠맛이 나고, 일반적으로 '모노'라 불리는 청사아리는 고기가 부드러운 등 나름대로 특유의 맛을 낸다.

돔배기하면 영천이 떠오른다. 그 이유는 영천시장에 있다. 예부터 영천시장은 경북 3대 5일장이라 일컬어질 만큼 규모가 컸다. 대부분의 돔배기는 이곳으로 몰린다. 그런 전통으로 인해 지금도 영천시장은 돔배기로 유명하다. 10년 동안 어물전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숙(49.여)씨는 "명절이 되면 대구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와서 사가거나 주문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돔배기는 주로 명절에만 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웰빙 식품이다. 한상원한의원의 한상원 원장은 "상어는 교어(鮫魚)라 해서 오장(五臟)을 보호하고 성질이 중성이라 독이 없다."고 전했다. 특히 간과 폐를 돕는 작용이 강해 피부 질환이나 눈병에 많이 이용된다. 또한 단백질은 많은 대신 지방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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