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동해안 인근의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수산물 가공업이 발달하지 않았다. 축산·영덕·강구 등의 경우는 수산업 인구보다 농업 인구가 많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반면 해안을 끼고 있는 동경주는 부업으로 횟집을 운영하면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많아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감포에는 장인정신과 개척정신으로 수산식품 가공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
◇3대를 이어온 곰삭은 젓갈사랑-감포 김명수 젓갈=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젓갈의 탄생은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젓갈은 비릿하면서도 짭짤하고, 구수한 맛을 내는 저장음식의 대표격으로 잘 삭은 젓갈 한 종지가 열 반찬 안 부러울 정도라고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음식에서 젓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서해안의 대표 젓갈이 새우라면 동해안은 멸치와 꽁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감포의 김명수 젓갈은 전국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청정바다 감포와 그 주변바다에는 멸치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유명했다. 멸치액젓이 발달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 해방 이후 할아버지가 멸치액젓 담그는 일을 해 오던 것을 김명수(68) 대표가 45년째 그 업을 이어 오고 있다.
김 대표가 23살 때인 1961년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젓갈제조업 공장허가 관련 법규는 없고 지난 70년대 중반에서야 경주 수산물 절임식품으로 허가가 났다. 45년째 젓갈과 함께 동고동락한 김 대표는 "공장을 설립한 초창기만 해도 도시 상인들이 외상으로 액젓을 공급받고 제 때 돈을 주지 않거나 떼어 먹는 경우도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외상 거래를 하지 않는다. 이는 젓갈 생산만을 고집하며 개발해온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젓갈 하나만을 보고 배우고 자란 김 대표는 어릴 때 먹었던, 젓갈 특유의 냄새가 나는 젓갈을 만들기 위해 끝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계속 했다. 그 결과 최근 '뻑뻑이 액젓'이라는 특허상품을 개발했다. 이 액젓은 동해바다 청정해역을 회유하며 살이 오른 최상의 멸치와 꽁치만을 선별 구입한 뒤 이를 지하 저온저장고에서 2년 이상 숙성 발효과정을 거쳐 원액을 추출한다. 걸쭉한 형태로 생산되는 것으로, 싱거우면서도 예전에 먹었던 젓갈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를 도와 10년전부터 이 업에 뛰어든 둘째 아들 헌목(32) 씨는 "정제염을 사용해야만 불순물이 적고 젓갈을 담았을 때 젓갈 특유의 향과 균일한 농도가 나타나며 숙성이 잘 된다."고 말했다. 몇해전부터는 큰 아들 헌지(34) 씨도 아버지를 돕고 있다. 이들 삼부자는 2004년 보라새우 젓갈 약 70%와 멸치액젓 약 30%를 혼합해 발효탱크에서 약 2개월 정도 숙성시켜 제조되는 젓갈의 제조방법을 특허냈다.
김명수 젓갈은 국내는 물론 동경국제식품박람회 등 국제식품박람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동남아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김 대표는 "음식과 같이 정성을 쏟아 젓갈을 만드니까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더라."며 "우리나라는 전통식품을 권장하면서도 이 분야의 전문가가 적은 편이고 관련 법규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감포 정월 미역=수산물 가공업체 '정월'은 감포 앞바다에서 생산되는 미역을 가공해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한다. 7년동안 근무하던 농협을 그만두고 지난 2001년 회사를 차린 최학렬(37) 대표는 돌미역이 음력 정월에 가장 품질이 좋다는 점에 착안해 회사이름으로 정했고, 브랜드 명도 '정월'과 '탄생'으로 했다.
정월은 나정1리 미역작목반원들과 계약을 맺고 매년 3월쯤 감포 앞바다에서 채취한 생미역을 마을공동건조장(덕장)에서 햇볕 건조만을 고집해 말린다. 나정1리 미역작목반 김영길(66) 씨는 "햇볕에 건조하는 미역은 국을 끓이면 검은색이나 갈색을 띄지만 파란색을 띄면 열처리가 된 미역으로 영양분이 일부 빠져 나간 미역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산모용, 선물용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든 뒤 비닐에 담던 미역 용기를 원통모양의 원형지관포장으로 만들어 제품을 출하했다. 국내 유수의 백화점과 통신판매 등을 통해 매출량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최 대표는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을 개발해 지역 홍보와 함께 소득증대를 시켜 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출발했지만 이미 자갈논 몇마지기는 팔아 먹었습니다."고 웃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지난 2004년 뉴욕 농특산물 박람회에 출품돼 수출을 시작한 뒤 LA에서 수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 최 대표는 "외국인들을 겨냥해 미역에 들어있는 '알긴산' 성분을 추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미역엑기스와 내수용을 겨냥해 미역 간장과 된장, 미역비누 등을 개발했다."며 조만간 본격적으로 출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미역이 밀려 들어오는 상황에서 국산 미역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효소분해 추출과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미역 식품개발이 필요하다."며 "경주의 자존심을 걸고 전국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한 미역을 비롯해 대게 오징어 등 청정해역의 수산물을 공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