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 에너지 전쟁/이장규·이석호 지음/올림 펴냄
"카스피해에 빨대를 꽂아라."
카자흐스탄, 그루지야,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스피해 연안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여태껏 세계의 관심권 밖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어떤 나라도 이 지역의 국가들을 괄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세계의 열강들이 하나같이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무엇이 이들 나라의 입지를 바꿔놓았을까? 답은 바로 에너지, 즉 석유다.
카스피해 인근에서 하루 생산되는 원유는 300만 배럴. 추정되는 매장량만도 중동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천700억 배럴이다. 더욱이 아직 탐사되지 않은 곳이 많아 그 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이곳으로 모아지는 세계의 관심은 뜨겁기까지하다.
"20세기 에너지 전쟁이 중동석유의 장악과 통제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21세기의 경제패권 전쟁은 카스피해를 둘러싼 중앙아시아가 승패의 핵심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카스피해 연안국들은 3차 오일붐 속에서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 제2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불리는 카자흐스탄은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돈만 연간 100억 달러에 이르고 세계 7위의 추정 매장량에 외국자본들이 너도나도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전 세계의 10%를 차지하는 천연가스 매장량과 880억 배럴의 석유 매장량에서 나오는 돈으로 수요공급의 법칙을 조롱하며 공짜경제를 과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앙아시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우선 이 지역의 경제가 발전하면 당연히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시장도 늘어날 것이란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보다 새롭게 열리는 '오일로드'에 어떻게든 우리도 끼어들어 자원장사로 한몫 챙길 수 있는 방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더욱 중차대한 문제다.
2005년 10월부터 5개월 동안 중앙아시아를 돌며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 자본의 각축, 이를 배경으로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경제, 새 경제체제를 정비하려는 지도자들의 고민 등을 취재한 두 저자는 그러나 "무엇보다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인데도 우리는 너무나도 태평하고 무관심하다. 이대로 가다간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뻔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블루 오션'을 앞에 두고도 오히려 "고생스럽게 그런 데는 왜 가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한국 기업 주재원들. 저자는 헝그리 정신의 실종을 탄식한다.
"한국은 카스피해 연안에서 21세기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기업들의 선택을 촉구하며 구체적으로 건설사업에 먼저 발을 들여놓은 다음 석유개발로 진출하는 '선 건설, 후 석유'방식을 제안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