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가 황진이 역을 맡을까.'
드라마 '황진이'가 기획될 때부터 떠돌던 방송가의 '화두'였다. 사실 황진이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매력적인 배역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도 아니다.
30년 면벽수도한 지족선사를 파계시킬 정도의 요염함은 기본이다. 춤과 줄타기 등 기예와 시(詩)·서(書)·화(畵)에도 능해야 한다. 황진이는 그야말로 재색을 겸비한 최고의 '탤런트'인 셈이다. 이 역에 하지원이 캐스팅됐을 때 사람들은 무릎을 쳤다. "누구보다 하지원이 썩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하지원은 최근 공개된 드라마 포스터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살며시 뒤돌아보는 옆 얼굴이었다. 요기(妖氣)가 느껴지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하지원은 자신이 맡은 '황진이'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존의 황진이는 벽계수, 서경덕 등과의 연애에 관한 에피소드로 이뤄진 이미지"라면서 "하지만 황진이는 단순한 기생이 아니라 '자유인'이자 '종합예술인'"이라고 밝혔다.
"황진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카리스마가 강한 인물이며, 보여주고 싶고 또 보여줄 게 너무나 많은 인물"이라는 것.
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에 훌륭한 대본이 더해지면서 하지원의 의욕은 더욱 커져갔다. 드라마 '황진이'는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인상적인 이미지를 선보인 김철규 PD가 연출을 맡고, '불멸의 이순신' 등에서 사극 주인공에 대한 독특한 해석 감각을 드러낸 윤선주 작가가 대본을 썼다.
"시놉시스는 오래 전에 받았는데 사실 고민이었죠. 솔직히 더 좋은 작품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본 나온 것을 보고 딱 결정했습니다. 대본을 보면 잘못 알려진 내용이 속속 나오니까 소름이 돋으면서 통쾌해요."
그는 "여배우로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인식될 수 있는 타이틀롤을 맡는 게 쉽지 않은 일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황진이에 대한 조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욕심이 많이 났다."고 밝혔다.
이런 의욕은 드라마 촬영 과정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는 "의상부터 액세서리 하나까지 다 내가 체크하고 있다."면서 "작가님과 색깔, 디자인 등을 함께 고르면서 '이때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며 내가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의욕은 넘치지만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몸은 무척 힘든 상태다. 촬영과 함께 고전무용, 거문고, 가야금, 외줄타기까지 배우고 있다.
"벌써부터 '잠 안자고 버티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배워야 할 춤도 너무 다양해서 많게는 35가지나 되지만, 거문고와 가야금은 할수록 빠져들어요. 예전엔 어머니가 챙겨주는 약을 꺼리기도 했는데 요새는 몸이 힘들어서인지 내가 먼저 몸에 좋은 것을 꼬박꼬박 챙겨 먹죠."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화제가 된 드라마에 잇달아 얼굴을 비쳤다. 드라마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는 '다모'와 독특한 멜로 스토리로 인기를 얻은 '발리에서 생긴 일'에 출연했다. 10월11일 KBS 2TV를 통해 첫 방송하는 '황진이'는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 2년 7개월 만의 드라마인 셈이다.
"최근에는 영화 '바보'와 '1번가의 기적'을 찍었죠. 드라마 출연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앞의 두 드라마를 사람들이 엄청나게 좋아해줘서 기대치가 높아졌잖아요. 가벼운 드라마를 선택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원이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필연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배우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촬영되는 영화 '황진이'에 출연하는 송혜교다.
"사실 황진이가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해서 주춤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드라마 '다모'와 영화 '형사 Duelist'도 원작은 같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왔듯이 송혜교의 '황진이'와 하지원의 '황진이'는 분명 달라요. 영화와 드라마가 각각 추구하는 이야기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둘 다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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