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년원에 머물고 있는 홍모(18)군은 한가위를 나흘 앞둔 2일 특별한 만남을 위해 강원도 원주를 찾는다.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다.
공교롭게도 아들은 소년원에, 아버지는 교도소에 수용된 상태에서 9년 만에 얼굴을 맞대게 됐다.
아버지 홍씨는 아들이 여덟 살이던 해 사람을 죽여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수감 생활은 올 해로 9년째다. 홍군은 아버지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상황이 자신과 무관치 않아 가슴이 더욱 아프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홍군의 아버지는 1997년 홍군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싸웠다는 소식을 듣고 술에 취한 채 아들의 친구를 찾아가 따지다가 흉기로 아들 친구를 찔러 죽이고 말았다.
이유야 어쨌든 홍군의 아버지는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살인범' 처지가 됐고 홍군은 가정의 보호막에서 버려져 방황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홍군이 태어나자 가출해 어린 홍군을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결국 홍군은 비행 청소년 딱지가 붙은 채 소년원 신세를 지게됐다.
그러나 홍군은 소년원에서 새 사람이 됐다. 창업반에 들어와 PC정비를 배웠고 8월에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또래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번에 아버지를 만나면 이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줄 생각이다.
홍군은 아버지를 위해 책을 두 권 장만했다.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고 피해자 가족에게 너무나 아픈 상처를 준 아버지이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를 위해 홍군은 '용서'와 '마시멜로 이야기'를 준비했다.
원주교도소는 홍군의 특별한 만남을 위해 교도소에 별도의 방을 마련해 오랜 시간 못 나눈 부자의 정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배려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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