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여성 국회의원, 의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례로 평범한 샐러리맨과 결혼!'
지역구가 부산 연제구인 한나라당 김희정(35) 의원이 지난해 권기석(39) LG전자 CAR사업팀 부장과 국회 의원동산에서 결혼하자 각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한 내용이다.
친가가 경주, 외가가 칠곡인 김 의원과 친가가 의성, 외가가 안동인 권 부장을 함께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보니 각 언론의 보도는 오보(?)였다.
기자는 권 부장이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독일에 광부로 간 외삼촌과 간호사로 간 어머니를 따라 조기 유학, 어렵게 공부해 명문 대학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좋은 회사에 근무하다 국내 대기업에 스카웃된 사람의 의지력과 실력이 평범할 리 없다.
또 독일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고, 한국에서는 독일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독일통이 된 그인지라 특별하다. 특히 19년 가까운 세월을 이역만리에서 살았으나 여전히 안동-의성 사투리를 구사하고, "고향에 젊은이들이 적어 안타깝다."고 말하는 젊은이가 결코 평범할 수 없다.
대법원에 근무했던 권 부장의 선친 고 오혁 씨는 돌도 지나지 않은 아들 하나와 아내 하대숙(67) 씨를 남겨두고 세상을 떴다. 살기 어려웠던 어머니는 우리의 누나, 언니가 그랬듯이 간호사로 독일에 갔다.
아들은 안동의 큰 집에 맡겼다. 1974년 8월 16일. 일곱 살 꼬마였던 권 부장은 어머니와 헤어진 이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어머니는 7년 뒤 독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아들이 안동중학교를 졸업하자 독일로 불렀다. 요즘말로 하면 조기유학이다.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권 부장은 열심히 공부했다. 한국과 독일의 교류협력에 가교(架橋)가 되고 싶었던 그는 재독유학생회 부회장과 총무, 재독과학기술자협회 임원, 한인학교 한글교사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한국 유학생과 한인 2세의 문화적 격차를 메워주는 역할도 맡았다.
아헨대 공과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석사는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했다. 첫 근무지가 음성인식연구소. 2000년 독일 진출 강화를 노리는 LG CNS에 스카웃돼 IT컨설팅 분야에서 일했고, 지금은 CAR사업팀에서 독일사업 총괄담당으로 있다.
권 부장은 여가 시간을 활용해 독일 관련 활동을 하는 데도 열심이다. 아헨공대 한인동문회 회원, 한독협회 회원, 독일학술교류처 서울사무소 유학생 상담역, 서울중앙지검 통역자원봉사위원 등.
그는 의성과 안동에 명절 때 뿐 아니라 평소에도 여러 번 간다. 어린 시절 살았던 의성과 안동은 그에게 한국의 전부이고 19년간 해외생활 속에서 무던히도 그리워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독립해 사업을 하게되면 반드시 의성이나 안동에 공장을 세우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 조금이라도 고향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독일은 농촌에 살면서도 인근 도시를 찾아 문화생활를 누리는 여건이 조성돼 있는데 한국은 그러지 못해 너도 나도 농촌을 떠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울에 너무 집중돼 있어요."
어머니와 장모의 친구 소개로 만난 김 의원에게 그는 첫 눈에 반했다. 한나라당 부대변이었던 김 의원의 액티브한 성격과 솔직하고 똘똘한 점에 끌렸다고 한다. 첫 눈에 반한 것은 김 의원도 마찬가지. 이해심이 넓었고 만나면 만날수록 든든했다고 한다.
힘들었던 것은 지난 총선 때. 권 부장은 주말마다 부산으로 달려갔으나 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열애 중이란 사실을 숨기고 자원봉사자로 뛰었다. 당선이 확정된 뒤에도 권 부장은 뒷켠에 멀찍이 물러나 섰다가 새벽1시가 지나 지지자들이 뜸해졌을 때 사진 한 컷을 겨우 찍었다 한다.
독일 전문가와 스타 의원의 신혼은 서로의 배려 속에 깨가 쏟아진다. 의정 활동에 바쁘지만 김 의원은 1주일에 며칠은 반드시 일찍 집에 들어가 남편에게 저녁상을 차려준다. 자정이고 새벽 1시고 민원인의 전화가 걸려오지만 권 부장은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는다. 안동 의성 경주 칠곡 지인들의 민원도 가끔 있다. 부부는 이번 추석에 의성과 경주, 안동, 칠곡을 방문해 여러 어른께 인사할 계획이다. 부부는 인터뷰 말미에 "고향 어른께 앞앞이 자주 인사하지 못해 늘 죄송하다는 말을 꼭 넣어달라."고 기자에게 청탁(?)했다.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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