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시작됐다. 개천절이 물리면서 길게는 9일간의 휴가를 쓸 수 있다. 여름휴가보다 길다.
우리가 이미 잘 아는 대로 추석은 설날과 함께 큰 명절이다. 특히 이날은 이곳저곳 흩어져 지내온 형제자매 일가친척들이 한자리 모여 조상께 차례를 올리며 성묘도 하고 음덕을 기리는 날이다.
그런데 최근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해외 여행상품이 인기를 끌었단다. 직장인들이 하루 이틀만 휴가를 내면 1주일 이상 연달아 쉴 수 있어서 해외 나들이를 많이들 나섰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는 젊은 여성들도 많단다.
설이나 추석이면 '명절 증후군'이라는 이름의 주부들 스트레스도 힘겹겠지만, 혼기에 접어든 여성들 또한 답답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집안일 거드는 것도 힘 드는데다 결혼에 대한 집안 어른들의 성화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견문을 넓힌다'는 이유를 내세워 젊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배낭하나씩 달랑달랑 둘러메고들 떠났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어느 친구는 "이번 추석을 멋지게 한번 보내 볼 것"이라며 활짝 웃는 얼굴로 엄지를 곧추세웠다. 뜻밖에도 그녀의 추석계획은, 우선 '차례 장보기'부터였다. 어머니 모시고 재래시장 돌아다니며 건어물도 고르고 고사리, 콩나물, 생닭, 조기, 문어, 돔배기에다 대추, 밤, 감, 배 등 과일장도 손수 장만하겠단다. 굽고 찌고 끓이는 것은 물론 '열 나흗날' 밤엔 서툴고 어설픈 솜씨지만 송편까지 한번 빚어보겠단다.
"우리가 입시공부에 찌들고, 사회 나와선 직장생활에 쫓긴다는 핑계로 언제 한번이라도 제대로 조상님 음덕을 기린 적 있으며, 명절의 참뜻을 새기며 이를 제대로 실천해 본적 어디 있었니? 이번 추석부터라도 꼼꼼하게 한번 배워 보려고 그래. 시집가기 전에 몇 번이나 할 수 있겠니" 그녀는 추석 바로 쇠기 캠페인이라도 나선 듯 거침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기회에 재래시장 공부(?)도 한번 해 볼 작정이야. 그동안 별 생각 없이 그저 편하다는 이유로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를 찾던 버릇을 접고, 정돈이 덜된 재래시장 골목골목을 한나절 돌아다녀 볼 거야. 이왕이면 제수물도 번듯한 가게보다는 소박한 좌판을 이리저리 눈여겨 살펴가면서 살 거야…"
그녀의 추석 프로젝트는 이어졌다. "그리고 말이야, 우리 동네에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중학생 남매 가정이 있어. 추석 전날은 조심스런 마음으로 이 아이들 집에 한번 가 볼 작정이야 …"
그녀는 '명절의 참뜻'을 일깨우고 있었다.
이현경 밝은사람들-홍보실닷컴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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