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 앤드루 Z. 파이어(47) 교수와 매사추세츠 의대 크레이그 C. 멜로(46) 교수가 유전정보의 전달 통제에 대한 연구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가 2일 발표했다.
위원회는 파이어 교수와 멜로 교수가 두 가닥으로 이뤄진 이중나선 RNA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는 'RNA 간섭' 현상을 발견했다며 이는 유전정보의 흐름을 제어하는 근본적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라고 수상업적을 소개했다.
위원회는 이들이 발견한 RNA 간섭은 이미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기초과학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고 미래에 새로운 질병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들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멜로 교수는 수상 소식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받게 된다면 10년이나 20년 후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상금 중 일부는 자선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RNA 간섭은 RNA 분자가 이중나선으로 쌍을 이룰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식물과 동물, 인간에서 모두 발생한다. 이중나선 RNA가 유전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메신저 RNA(mRNA)를 분해함으로써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DNA에 들어있는 유전정보는 mRNA에 복사돼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중나선 RNA가 자신과 같은 염기서열을 가진 mRNA를 파괴함으로써 유전자가 발현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유전자 발현 제어에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방어에도 관여하며 특정 유전자 부위가 전위 되는 것(jumping gene)을 통제하기도 한다.
파이어 교수와 멜로 교수는 예쁜 꼬마선충에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연구하던 중 RNA 간섭 현상을 발견, 1998년 2월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에 보고했다.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은 주로 수십년 된 연구에 수여돼 왔으나 이번 연구는 발표된 지 8년밖에 되지 않아 연구에서 수상까지 걸린 시간이 가장 짧은 연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발견은 세계의 많은 실험실에서 관찰된 모순된 결과들을 해결해 줬으며 유전공학에서 새로운 연구가 태동하는 계기가 됐다. 노벨위원회의 에르나 몰러 위원은 "그들의 연구는 수년 간 많은 과학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복잡한 과정을 분명하게 밝혀줬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이들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현재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RNA를 이용해 바이러스 감염과 심장혈관질환, 암, 내분비장애 등 다양한 질병들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발견될 경우 이 유전자의 작동을 막는 이중나선 RNA를 주입함으로써 고지혈증을 예방하는 것처럼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발현을 이중나선 RNA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어와 멜로에게는 1천만 스웨덴 크로네(약 140만 달러)의 상금이 절반씩 수여되며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상은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3일), 화학상(4일), 경제학상(9일), 평화상(12일) 등의 올해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5일이나 12일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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