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대구시 교육청 지정 시범 유치원 3곳에서 연구 보고회가 잇따라 열렸다. 테마는 '창의성' '환경' '안전'. 대부분 유아교육 기관에서 이를 주제로 한 교육을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이들 시범 유치원들에서는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선 보였다.
▲시범 유치원 3곳 둘러보니
지난 달 28일 오후 대구시 관음동 '한별 유치원'. 창의성 시범 유치원인 이 곳에는 이날 500여 명의 유아교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년 간의 운영성과를 보고하는 행사가 열렸다. 보고회 주제는 '그림책을 활용한 유아 창의성 신장'. 왜 하필 그림책일까?
유치원 측은 "그림책은 5~7세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교육도구"라며 "책과 친구되기, 학부모 10분 교사제, 책 만들기 등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 사고력이 길러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 수업장면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나무가 주인공인 책 얘기를 들은 아이들은 나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그제야 씨앗의 존재를 알게 된 아이들은 씨앗을 직접 도화지에 붙여보고, 씨앗이 다 자랐을 때의 꽃과 나무를 상상하면서 그려본다. 그리고는 '나무하고 친구되기'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 '아주 오래된 숲에는 누가 살까요' 등 나무를 소재로 한 여러 그림책으로 생각을 확장해 간다. 독서와 놀이·체험을 철저하게 접목하다보니, 책 한 권으로도 한 학기 수업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 달 22일 있은 대구 서변 유치원 보고회에서는 '안전'이 주제였다. 유치원 측은 "안전교육 안에서도 충분히 창의적인 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동요 부르기, 그림 그리기, 연극 만들기, 안전 운동회 등 체험 중심 프로그램으로 각 상황에 맞는 교육을 진행했다. 화재시 대피훈련이나 소화기 사용법, 가스사고 예방, 건널목 건너기 등 원외 체험 활동에도 중점을 뒀다. 유치원 측은 "불이 났을 때는 '코와 입을 가리고 비상구로 나가자'는 식으로 동요를 개작해 불렀다."며 "아이들은 몸으로 직접 체험할 때 이해하는 정도가 훨씬 빠르고 창의력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 아이세상 유치원은 지난 달 15일 보고회에서 요즘 유아교육에서 강조되는 생태교육 현장을 선보였다. 환경보전 시범 유치원인 이 곳의 주제는 '친환경 체험활동을 통한 환경사랑 마음 싹 틔우기'. 유치원 측은 "환경 동화, 게임, 실험·관찰, 연극 놀이, 신체 표현 등을 통해 생활 속에서 환경의 소중함을 익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환경사랑 실천 활동표. 놀이와 칭찬을 가미해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동기를 유발한 점이 돋보였다.
김병태 대구시 교육청 유아교육 담당 장학사는 "요즘 유아교육은 놀이와 체험활동을 강조하는 것이 큰 특징"이라며 "각 유아기관마다 이런 교육방법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가정에서도 이런 식의 유아지도를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놀면서 배우자
"내용적인 면에서 '생태'나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면, 방법적인 면에서는 공동으로 팀을 이루는 놀이·체험 위주의 교육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유혜령 영남대 사범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요즘 유아교육의 추세를 이렇게 요약했다.
협동 중심의 놀이·체험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사물을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표현하고,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고쳐나가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에게 '오늘 뭘 배웠니?'라고 묻기 보다, '누구하고 놀았어?'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라고 물어주는 편이 좋다."고 했다. '아 그랬어?' '너 참 재미있게 놀았구나' '그런데 걔가 왜 그랬을까' 하고 아이의 대답에 관심을 보여주면서 아이가 신이 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명료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팀 활동은 아이들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뭘까.
한 유치원 교사는 "대부분 부모님들이 한글, 수학, 영어 등 과목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물론 읽고 쓰고 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가짐'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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