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차례상엔 우리 농산물을

제 고장에서 생산한 먹거리가 몸에 좋다는 생각에는 동서고금의 차이가 없다. 그것이 신토불이(身土不二)다. 불교 경전에 근원을 둔 어려운 말이지만 '우리 몸에는 우리 농산물이 좋다'는 뜻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탈리아에는 '슬로푸드'란 말이 있다. 패스트푸드가 대량생산 등을 통해 맛이 획일화된 음식이라면, 슬로푸드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전통음식이나 자연의 순리에 따라 생산한 먹거리 등을 의미한다.

슬로푸드를 추구하는 유럽인들은 가족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제 고장에서 거둔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4리8방(16㎞) 이내에서 키운 것을 먹는 게 건강에 이롭다'는 말이 전한다.

이같은 일본인들의 생각이 깃든 개념이 지산지소(地産地消)다.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의미로, 풍토에 맞는 일본의 식(食)과 농(農)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미국 속담에도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체다(We are what we eat)'란 말이 있다.

그런데 오늘의 식생활 양상은 그와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와 FTA(자유무역협정)로 대표되는 세계화 추세 속에 식탁엔 수입 먹거리가 넘쳐 난다. 우리의 혼이 깃든 밥마저 외국쌀에 자리를 내주는 시대가 됐다.

명절 차례상도 마찬가지다. 값이 싼 것을 무기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저급 수입 농산물이 범람하고 있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계승하기 위해 우리 농수축산물로 선물을 주고 받고, 차례상에도 우리 토종 농산물을 올렸으면 한다.

금병철(농협경북지역본부 유통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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