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서지월 作 '門살에 기대어'

門살에 기대어

서 지 월

푸른 하늘의 넋이로다

바람불면 또, 천오백년쯤의

골기왓장을 돌아와서

지금은 가고 있는 석류나무 옆

장독대 떡시루 항아리

귀신 붙는다는 아홉 살 나이의

숭숭한 아홉 개 구멍 김 서려올 때

달이야 하도나 밝은

추석빔 얼굴로 차오르고

어머니의 잔주름 너머로

바라보던 唐菊花 붉은 얼굴

우리 누님 같았네

우리 누님 곁에서 토닥토닥 영그는

살진 가을볕 아래,

그런 날의 하늘은

대광주리처럼 둥글었고

옥색치마 물결로 물들어 있었네

이때가 되면 우리는 그 무엇을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이때가 되면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된다. 이때가 되면 고향으로 떠나갈 준비로 하루하루가 넉넉하다.이때가 되면 보고 싶은 사람이 꼭 올 것 같아 문살에 기대어 서게 된다. 이때가 되면 밤마다 창밖으로 밝아오는 달을 쳐다보는 날이 많아진다. '장독대 떡시루 항아리'의 '아홉 개 구멍 김 서려올 때'가 되면 '달이야 하도나 밝'아 마음이 한결 훤하다. 추석이 있는 가을날의 하늘은 '대광주리처럼 둥글'다. 우리의 마음도 마냥 둥글어 하늘을 닮는다. 온 나라가 설레고 있다.

마음이 풍성한 명절이 바로 추석이다. 어울림의 밝은 마음이 보름달로 떠오른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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