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새 일본총리가 취임하면서 한·일 양국 관계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일본은 치욕의 역사를 안긴 적국이자, 호시탐탐 남의 땅을 노리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얼마 전 TV를 보다가 '감동'을 먹은 일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자행된 문화재 약탈의 흔적을 고발하고 빼앗간 문화재를 되찾아오자는 내용의 프로그램이었는데, 드디어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아 오는데 성공한 것이다. 바로 임금이 진주성 대첩의 공신인 김시민 장군에 내린 공적교서였다. 제작팀은 일제에 빼앗긴 공적교서가 일본 고미술품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회수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TV를 끄고 나자 슬며시 걱정이 들었다. 청소년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의 미래에 일본은 과연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할까?
'비밀의 동굴'(채영주 글·국민서관 펴냄)은 공교롭게도 진주성 대첩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어린이 소설이다. 어린 주인공들이 도굴범과 싸우는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이야기는 진주성으로 현장학습을 간 장신이와 은우가 우연히 비밀의 동굴에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동굴 벽에 쓰인 알 수 없는 한문들과 아주 오래된 칼을 발견한다.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한문을 베껴 쓰던 아이들은 붉게 바래진 그 글귀가 누군가의 손가락 피로 쓴 것임을 알게 되고 마침내 동굴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진실은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400년 전, 왜군이 진주성을 공격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소년이 어두운 동굴에 숨어 칼을 지키고 있었다. 소년의 할아버지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칼을 왜군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동굴 속으로 보냈던 것.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동굴 속에서 소년은 자기가 죽더라도 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동굴 벽에 글씨를 남겼다.'
장신이와 은우는 우연히 도굴범들이 칼을 비롯한 동굴 속 보물들을 일본에 팔아넘기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년들은 도둑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400년 전 죽어간 소년을 떠올리며 비밀의 동굴로 달려간다.
지나간 역사는 책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밖에 없지만 그 속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작고한 소설가 채영주 씨가 1994년에 발표한 작품을 다듬어 새로 출간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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