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를 똑똑하게)논술 쓰기

지난번에는 논리적 진술의 능력을 넷으로 나누어 그 하위 구성 요소와 더불어 대강을 비행기 뜰 때 경산 시가 보듯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정반대로 직접 논술을 쓰는 문제에 관해서 스쳐 훑으며 지나가 봅시다. 여러분은 총기가 가득하고 재치가 번뜩이는 분들이라 이렇게 통기만 드려도 다 이해하시니까 저는 아무 걱정 없습니다.

우선은 표기 규정에 맞아야 합니다. 한두 군데 틀린다고 해서 감점을 당하지는 않지만 대체로는 이들 규정에 맞게 진술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같은 내용을 반복하면 정보량이 적다고 판단하므로 감점 요인이 되지요. 몇 자 내외로 쓰라는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지금까지 사회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의와 의리의 모습에 관해서 우리 사회와 서구 사회를 대비해서 살펴보았다.'라는 진술은 군더더기(정보 반복)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적절한 대명사로 언급하거나 줄여야 하지요. '이제 어떤 무엇에 관해서 생각해 보자.'는 식의 진술도 달리 표현할 수 있지요. '조선 사회 같은 경우는 의리 같은 것이 사회 운영의 토대 같은 것이 된 것 같다.'는 진술도 문제가 있지요? 학생이 전체적으로 입말투의 글을 버리고 글말다운 글말투를 몸에 배게 하려면 보름 새 모시옷이나 더 가느다란 실의 비단옷을 입을 버릇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정진홍의 '종교문화의 이해' 정도의 책을 두세 번 읽어 그 책의 문법을 내면화해야지요.

둘째로 생각의 칼을 더 날카롭게 벼려서 문제의 사태를 면밀하게 해부(분석)하지 않으면 뼈에 고깃덩이가 묻거나 엉뚱한 뼈를 턱없이 자르게 되거나 합니다. 개념 분석이 조건에 미흡하거나 엉성하게 되지요. 그런 칼솜씨로는 필연적으로 결론도 꺼벙해집니다. 이를테면 '정의와 의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운영되어야 한다.'에서처럼 '적절하게, 조화' 등의 막연하거나 추상적인 진술이 나옵니다. 훈련은 이렇게 하세요. 치밀한 사고가 포함된 책을 서너 권 선택하여 그 고수와 경합하는 마음을 지니고서 학부모가 직접 읽으세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요. 그 내용은 대상세계의 어느 모습을 어떻게 자르고 가르고 발라서 무엇과 무엇을 합치고 끓이고 데쳐 무엇이 되었는가를 따라 해 보세요. 세부 묘사가 치밀하고 사고 구조가 탄탄하여 아름답기까지 한 책들을 직접 그렇게 읽어야 합니다. 내용을 대강 요약한 것은 아무짝에도 쓸 모가 없다는 걸 당신은 알게 되지요.

겁내지 마세요. 대학은 학생을 위해서 상당한 자료를 제시하고 칼도 빌려주며 베고 자를 대상도 가르쳐 주면서 문제를 올립니다. 그리고 잘(이 말도 추상어입니다만) 출제한 선발고사의 성취도는 컵(∪) 모양이 되어 합격할 사람은 다 성취하고 못할 사람은 아예 성취를 전혀 못하게 한답니다.

셋째로 칼로 자신의 손을 베면 안 됩니다. '나는 어쩌고'가 나오면 곤란합니다. 자신이 대상화되어야 하지요. 논리는 모든 사람이 수긍하는 사고의 길입니다. 그래서 과학사를 읽으면 거의 같은 시기에 동떨어진 사람들이 같은 걸 발명/발견한 보기가 많지요. 아이작 뉴튼-고트르리트 라이프니츠의 경우가 그렇고, 찰즈 다윈-알프레드 월러스의 발견이 1858년으로 같지요. 소리를 저장할 생각이 1877년 에디슨과 프랑스 사람과 둘이 했데요. 이런 예는 찾아보면 많지요. 왜 그렇겠어요? 첫째 절대적 창조는 없답니다. 이전에 발견한 개념의 체계에 돌을 하다 더 얹는 것이 새 발견입니다. 둘째 사람의 사고 수준과 방법은 비슷합니다. 그러니 그렇지요(이런 표현은 따라 쓰지 마세요). [그래서 학자들은 의욕이 왕성할수록 남 먼저 이론을 발표하려고 밤잠을 설치고 불안해하고 하지요.]

감정과 감성과 첫인상 등은 개인에게 매우 소중한 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기발한 착상이 남에게 먹혀들려면 논리의 길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합시다. 지금 먹혀들어가는 공상이 상품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즐깁니다. 그건 그 나름의 논리 체계가 확립되어 있다는 점을 꼼꼼하게 생각해 주면 자기의 사고력 훈련에 도움이 됩니다.

논술의 적은 맹목적인 암기와 신화와 영웅 만들기와 마녀 사냥이라는 점은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지요. 지금 대학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녹음기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대상세계를 날카롭게 해석하는 사람, 꿋꿋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 넓고 깊은 사고력으로 대상세계와 사람살이의 현재와 미래를 해석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백과사전적인 인간은 필요 없습니다. 수많은 검색 엔진이 있으니까요. 각 학과의 특정 분야 기본 개념에 정통한 학생을 뽑으려고 논술고사도 치러 봅니다.

이상태 (경북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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