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엔사무총장,고난도 외교력 요구되는 외교사령탑

유엔 사무총장직은 '외적 화려함과 내적 고통'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세계 최고의 외교관이다.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으며 지명도에선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고, 도덕적 권위면에서 교황의 권위에 종종 비유되면서도 늘 '치어 리더' '고해 신부'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사무총장의 영어 표현인 'SG'(Secretary of General)가 왕왕 '속죄양'(scapegoa t)으로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실질적 수장으로서 전세계 192개 회원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공평무사하게 풀어내야 하는 고난도 외교력이 요구되는 유엔 외교의 사령탑이다. 이를테면 본인이 직접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정글 같은 국제사회에서 강대국과 약소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각종 국제분쟁을 중재하는 '심판' 또는 '중재자' 역할을 맡는 자리인 셈이다. 특히 노르웨이 스웨덴 미얀마 오스트리아 이집트 가나 등 강대국과는 거리가 있는 역대 사무총장 배출국의 면면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사무총장은 강대국 간의 민감한 이해관계를 중립적 위치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평화유지활동, 군비축소활동, 국제협력 증진 등 사무총장의 역할은 유엔의 존재이유와 맞닿아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구촌 재상(宰相)'으로 칭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유엔 헌장은 사무총장 신분에 대해 유엔 사무국의 수석행정관으로서 사무국 직원 3000여명을 지휘하며 업무수행에 있어 어떤 정부나 기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국제공무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무총장은 유엔 총회를 비롯,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 자격으로 참여하며 국제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과 중재 역할에 있어 독자적 정치력을 사용할 수 있다.

또 1만여명의 유엔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과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국제적으로는 국가원수나 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분쟁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연봉은 1997년 이래 22만 7253달러(약 2억원)로 책정돼 있다. 판공비, 관사, 경호 등도 제공받는다. 다만 뉴욕의 총장 관저를 1년에 1달러만 내고 사용하는 특권도누린다. 이 관저는 미국 유엔협회가 지어 상징적인 임대료만 받고 사실상 무료로 살게 해주는 셈이다. 외교 관례상 세계 각국에서 받는 의전은 당사국 행정부 수반의 수준에 맞춰지고있다.

그러나 사무총장은 힘의 논리를 앞세운 국제사회에서 역할이 크게 축소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역대 총장들이 본인이나 해당 국가의 로비의 결과물이었다기 보다는 특수한 정치상황 속에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태생적 한계를 가진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아 왔다.

까다로운 5개 상임이사국들의 입맛을 맞춰 가면서 약소국들의 사정도 두루 살펴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그만큼 내적 고민과 고통이 수반되는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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