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남은 시절이 지나온 계절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옆에 서보면 알까. 눈부신 젊은날을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국화꽃을 만나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문학이 무엇인지 느낄수 있을까.
대구문인협회가 문단원로와 함께하는 '문학과 인생' 가을 좌담회를 열었다. 2일 낮 12시 대구시 수성구 범어2동 한정식당 '사랑채'에서 가진 이날 행사에는 대구의 원로문인 등 7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정재익(시조)·김규련(수필)·정휘창(아동문학)·이원성(수필) 등 원로문인과 변영숙·김숙영 시인 등 원로 여류시인, 그리고 조기섭·권기호·김원중·도광의 시인 등 전임 문인협회장들도 참석했다
'노인의 날'이기도 한 이날 문무학 문협회장은 먼저 "유난히 젊음만이 강조되고 한없이 가벼워지기만 하는 오늘날 삶의 경륜과 성숙된 문학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조기섭(76) 시인은 "대구의 원로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도 드문 일"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술도 한 잔씩 나누며 살자"고 운을 뗐다. 이어 도광의 시인과 '산행과 애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느림의 미학' 속에 담긴 삶과 이별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을 시사했다.
술잔이 몇 순배 돌아가자 조기섭 시인과 권기호 시인 간의 특유의 설전이 시작됐다. 오랜 친분과 문학적인 정리를 바탕으로 한 격의없는 농담이 오갔다. 도광의 시인은 아직도 고향의 과수원을 지키고 있는 93세의 부친을 떠올리며 "나는 노인이 아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고, 재작년 고희를 넘긴 수필가 박상곤 씨는 수필과 문집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조 시인은 "살아보니 마지막 벗이 술과 담배더라"며 끝까지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 가을 우리가 가진 것이 시간 밖에 더 있나!" 행사가 끝나자 문인들은 삼삼오오 시내 술집과 다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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