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핵실험 성명'…국제사회 강경대응 기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포괄적 접근방안'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선언해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지난 7월 미사일 발사에 이어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북핵 사태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외무성은 3일 성명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과학연구부문에서는 앞으로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시험(핵실험)을 하게 된다"고 천명했다.

또 "(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무기를 통한 위협과 핵이전을 철저히 불허할 것이다"면서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세계적인 핵군축과 종국적인 핵무기 철폐를 추동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이날 오후 6시 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방송.평양방송.조선중앙TV 등 북한의 대표적인 관영매체를 통해 일제히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외무성은 핵실험과 관련, "미국의 극단적인 핵전쟁 위협과 제재압력 책동은 우리로 하여금 상응한 방어적 대응조치로서 핵억제력 확보의 필수적인 공정상 요구인 핵시험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현 상황을 조성하게 된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외무성은 그러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우리는 온갖 도전과 난관을 과감하게 뚫고 우리 식대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핵실험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면서도 대화, 특히 북미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듯한 북한 외무성의 성명이 발표된 직후 정부는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급이 참석한 고위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우선 북한측 동향과 징후를 포착하기 위한 '북한 핵실험 관련 경보체계'를 강화하고 미국과 중국 등 관련국들과의 협의에 착수키로 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회의 직후 정부 차원에서 준비해온 기존의 '북한 핵실험시 대처방안'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검토하고 정부의 대응방향을 점검했다고 전했다.

윤 대변인은 "우선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탐지하기 위한 경보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북핵 불용원칙을 표명해왔고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될 것임을 언급한 바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한편 개성공단 사업이나 금강산 관광 사업 등도 검토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등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움직임에도 적극 참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부는 4일 오전 7시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 국내외 여론이 크게 나빠지고 국제적으로 강력한 대북제재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적으로도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커져 대북정책 재검토가 현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관련 성명은 현재 관련국간 협의가 진행중인 '포괄적 접근방안'은 물론 6자회담 재개 전망도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만의 하나 핵실험을 실시하면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단호한 대응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실험 계획은 "북동 아시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평화를 위협하는 일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미사일 발사보다 더욱 심각한 이야기"라면서 강행시 일본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외무성 고위관계자는 오는 8,9일로 예정된 한-일, 일-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실험 계획에 대한 대처방안을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형적인 벼랑끝 외교"라며 "미국과 (직접) 협상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화통신, 중국통신사 등 중국 언론도 이날 북한 외무성의 핵시험 강행방침 발표 소식을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한 신화통신의 평양발 중문 기사는 북한 외무성이 자국의 과학연구분야에서 앞으로 절대적 안전성이 보장된 핵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논평 없이 보도했다.

미국의 반응은 즉각 나오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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