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고용창출 하는 A·B·C·D 산업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서울이나 지방이나 일자리 창출은 초미의 관심사이다. 우리 입장에서 고용창출은 선진경제로의 진입과 지방경제 활성화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전략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의 고용문제는 구조적 전환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단번에 해결하려는 조급함보다는 10년 이상을 내다보면서 큰 흐름 속에서 단계적으로 오늘을 준비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대구의 대도시형 소비패턴의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다음의 A·B·C·D 산업은 일자리 창출이 약속된 전략분야로서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하다.

첫째, Adventure(모험) 시장이다. 인간은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모험과 도전을 즐기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거대 산업화 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시장은 모험을 파는 세계 최대의 장터가 되고 있다. 올림픽은 전 세계 인구의 1/3이 참여하고 있으며 TV 중계권료만 30조 원이 넘고 있다. 모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의 몸값은 자꾸 올라만 간다.

오토바이 산업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대표적 사양산업의 하나였지만, 어느 날 모험을 즐기는 문화적 도구로 떠오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활했다. 전 세계 100만 명의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할리데이비슨사는 전담 영업사원 한 명 없이도 매년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세계 제조업의 표상인 GM을 한 때 능가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대구전시컨벤션센터 역사상 최대 관람객을 모은 행사도 바로 모토쇼였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둘째, Belonging(사랑과 연대감) 산업이다. 인간은 본래 사랑과 정을 나누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연간 7조 원이 넘는 우리나라 주류 시장이 자꾸 커지고 까페, 커피, 외식산업의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가족의 유대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중산층의 수요가 테마파크에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테마파크는 21세기 성장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예식과 장례 산업이다. 미국의 서비스코퍼레이션인터내셔널사는 연 20 조원이 넘는 선진국 장례시장을 노리고 다국적 기업화하고 있다. 우리의 결혼시장도 이미 산업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Care(관심) 산업이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관심을 주거나 받고자 하는 수요는 급속히 증가한다. 미국인의 절반이 애완동물을 소유하고 있고 시장규모가 연 38조 원에 이르고 있다. 애완동물 프랜차이즈 산업은 매년 100% 넘는 성장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사이버 애완동물 시장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특히 건강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최근 일고 있는 대체의학 열풍은 '정성을 다하는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새로운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구세군, 적십자사, 그리고 각종 자원봉사기관도 관심을 베풀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지속 성장할 분야에 꼽히고 있다.

넷째, Dignity(자기존엄성) 시장이다. 사람은 배가 부르면 내가 누구이고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를 나타내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명품시장은 자꾸 커지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명품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이다.

화장품, 헤어숍, 액세서리 등도 이 시장에 속하는 성장분야이다. 대구 '쉬메릭' 브랜드 사업이 성공하려면 품질보증 차원에서 벗어나 명품 스토리를 제공하는 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

이와 같은 A·B·C·D 산업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제조업의 쇠락으로 한 때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선진 경제주체들은 이러한 소비추세를 밑바탕으로 새로운 산업기반을 구축해 왔다. 그 결과 소매업, B2B 서비스, 의료, 교육,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이 21세기 고용창출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이 산업들은 대구경제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강점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전략대안을 마련할 때이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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