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사실상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 강행방침을 천명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오비이락(烏飛梨落)격으로 같은 날 이뤄진 일이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오는 9일 사무총장 후보 선출을 위한 공식 투표를 거쳐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총장에 오를 것으로 확실시되는 반 장관에게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영향 줄까?=외교 당국자들은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당국자는 "반 장관이 분단국인 한국 출신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그런 변수를 극복하고 사실상 사무총장에 내정된 만큼 북한 핵실험 선언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선언에 이어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국 주도의 강경 대북제재 움직임이 가시화할 경우 막판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선거 후는?=북한은 당분간 미국의 반응을 떠볼 것으로 관측된다. 곧바로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면 사전에 성명을 발표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이러한 추측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시점까지는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압박에 대해 강경 입장으로 받아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북미 간의 대립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 북한이 핵실험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도 없잖다.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이 이뤄지면 미국이 미사일 발사 직후 보여준 것처럼 유엔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대북압박의 고삐를 죄려고 할 것이고 사무총장으로서 반 장관은 중간에서 곤혹스런 위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을 편들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북한의 입장을 무조건 이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반 장관이 한국인이라는 점은 북핵문제를 푸는 데서 핸디캡이 될 수 있다."며 "북핵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유엔을 통한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대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 장관이 외교통상부 장관으로서 북핵외교를 진두지휘해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해법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평가는?=반 장관에 대한 북한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는 반 장관의 언급을 '대미추종적'이라며 비난하기도 했고 북한의 핵포기를 요구한 2004년 유엔 총회 연설에 대해서는 '미국을 등에 업고 동족을 모해하고 압살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백남순 외무상은 반 장관과 회담을 갖고 공동보도문에 합의하는 등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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