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 중 90%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현실에서 '한국어의 세계화'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국어학과 개설 대학 47개국 642개교. 한국어 학습자 수 6만1천600여명. 90년 대 이후 문화 콘텐츠의 수출과 더불어 나타난 한국어 배우기 붐은 이제 하나의 한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은 그만큼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많은 한국어 학자들이 한국어의 세계화 바람에 대한 장밋빛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눈 파란' 이방인 한국어 교사가 외국에서 한국어 교육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집·서울'이 한글 반포 560돌을 기념해 10일 개최할 예정인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로스 킹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 한국어학과 교수는 심포지엄 발제문을 통해 "적어도 북미에서 만큼은 한국어의 세계화는 멀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일대 2학년 재학 시절 독학으로 한국어를 접한 이래 30년 이상 한국어를 공부해오고 있는 한국어 학자로 북미권에서는 유일한 외국인 한국어 강사이기도 하다.
킹 교수는 "한국인들은 내가 한국어를 말하는 것을 보거나 직접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대단한 충격을 받는다"면서 "북미에서 '한국어의 세계화'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킹 교수에 따르면 영어사용자의 경우 한국어 기본을 배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2천500시간을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북미 지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대학은 크게 증가했지만 한국어를 300시간 이상(한국어 초급 단계를 2년 이상) 가르치는 곳은 전체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그는 "현재 한인 1.5세대와 2세대 중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북미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 중 90%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점을 감안 할 때 매우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어의 세계화'가 안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어를 민족어로 생각하는 배타적 사고관 ▲한국어교육을 국어교육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시각 ▲한글교육에 투자하지 않는 교민사회 ▲한국어 교육기관들의 일방적 사업지원 등을 꼽았다.
최근 한국에서 우후죽순처럼 세워지고 있는 '영어마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1999년 미국 미네소타 주 콘코디아 대학의 언어 교육프로그램인 한국어 마을('숲 속의 호수') 촌장직을 맡고 있는 킹 교수는 "몇년 전 한국어 마을이 언론을 통해 한국에 소개되면서 영어마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영어마을과 한국어 마을은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콘코디아 언어마을은 비영리 단체로 50년 가까운 역사와 이멀전 교육(몰입학습법)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반면 한국의 영어마을은 영리단체이거나 정치적 목적이 계기가 돼 설립됐으며 운영자들도 거의 비전문가들"이라며 학습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영어교육에는 비정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막대한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면서 한국어 보호와 한국어 교육에 대해 민관 모두 별다른 지원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정부는 한국어마을에 연간 6천500달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킹 교수는 영어교육업체들이 영어교육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한국어 교육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종의 '영어교육세'를 만들어 업체들에 부과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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