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석에 읽는 가상 시나리오)2007 대권 '1막 1장'

2007년 3월.

고건 전 총리의 희망한국국민연대는 신당 형태로 진화하고 있었다. 열린우리당 주류와 민주당, 고 전 총리 측의 희망연대가 희망한국당(가칭)이란 이름의 헤쳐모여식 통합신당 창당에 합의한 것.

10% 안팎의 낮은 정당 지지율에다 뚜렷한 대선주자도 없는 여권은 기존 구도를 깨지 않고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계개편은 필연적이었다.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 희망연대는 모두 새판짜기의 주역으로 등장하고자 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이를 위한 흥행도구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나라당 내 경쟁도 격화됐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도는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했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10%대까지 지지율을 올리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선 드라마의 한 주역으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2007 대선 가상 드라마의 축은 이렇다. 물론 100% 허구의 드라마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맞아 내년 대선을 겨냥해 난무하고 있는 각종 정치 전망들을 바탕으로 해서 한 편의 재미난 얘깃거리를 만들어 보았다.

#1.3월 초 청와대 대통령관저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두 인사와 여당 국회의원 3명 등 친노직계 핵심인사들이 청와대 대통령관저에 모였다. 노 대통령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다.

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참석자들 표정 역시 굳어 있다. 실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노 대통령이 포문을 연다.

"다들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좋은 일로 만나야 하는데 어려운 때에 왔습니다. 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우선 허심탄회하게 당내 분위기부터 말씀해주세요."

"여러 사람들이 떠나갑니다. 우리만 남았습니다. 확실한 우리편은 3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열린우리당을 고수해야 합니까? 이렇게 개혁세력이 분열되어서는 한나라당에 정권을 갖다바치는 것밖에 더 됩니까?" 오픈 프라이머리제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고 준비해 온 한 의원이 울부짖듯이 말했다.

"J 전 의장과 K의장도 내일 경선출마 선언으로 신당 참여를 기정사실화한다고 합니다."

"우리라도 당을 지킵시다. 개혁세력을 다시 집결시켜서 우리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알릴수만 있어도…. 역사가 우리를 기억해줄 것입니다."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최측근인 두 인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정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이합집산한다면 그것은 정당이 아니라 붕당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틀렸습니까? 지금 와서 누가 옳다고 하는 겁니까? 저들에게 정권을 넘겨줘서는 안됩니다. K후보를 내세워서는 한나라당에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면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방법이 있다는 대통령의 말에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쳐들고 대통령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2.3월 중순 한나라당 L후보 진영

노 대통령과의 합작설이 거듭 제기되자 L후보 핵심 측근들이 대책회의를 열었다.

"인터넷신문을 비롯한 친여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노 대통령과의 연대설을 제기하고 나섰는데 이번만큼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L후보께서는 경선에 불복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 하시지않았습니까?" "이번만큼은 L후보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당원들과 국민들의 불안을 달래줘야 합니다."

L후보가 직접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3.같은 날 통합신당창당주비위원회 사무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희망연대 등의 창당주비위 실무자들이 창당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창당대회 일정에는 차질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서 지분문제는 더 이상 논의하지 맙시다. 지분다툼하다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합니다. 경선참여는 제한을 두지않되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율 2.5% 이상이 되는 후보만 가능하도록 합시다."

"한나라당 인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야 합니다."

여당의 전략기획통인 모 의원은 범여권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추이를 설명하고는 이미 여러 차례 한나라당의 일부 후보들과도 일정수준 이상의 접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략하게 보고한다.

#4.같은 시각 여의도 M호텔 1201호

열린우리당 원로, 참여정부 비서실장과 장관을 지낸 두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당 원로인 한 인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통령 문제 때문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대통령이 배제돼서는 영남표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대통령을 끌어안고 간다면 20%의 영남표는 건질 수 있습니다. 어차피 호남표는 전략적 선택을 하지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여당 간판으로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정권재창출은 고사하고 당으로 존립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배신이 아니라 스스로 활로를 열어야 합니다."

대통령의 신당참여 문제에 대한 여권 수뇌부의 고심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5.3월 말 한나라당 당사

긴급 최고위원 및 고위당직자회의가 열리고 있다.

K대표는 "범여신당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이는 국민 기만입니다. 5년 동안 나라를 망친 세력들이 다시 탈을 바꿔쓰고 나오고 있는데 실상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방법을 마련해보십시오."라며 통합신당 추진을 정략적 산물이라고 맹비난한다.

K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 최고위원은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면 되는 것 아닙니까? 저쪽에서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려고 발버둥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이 최고위원을 비롯한 비주류파는 오픈 프라이머리제 도입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다.

회의 말미에 전략기획위원장은 UN과 미국 측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를 했다.

#6.비슷한 시기 한나라당 P후보 캠프

비서실장을 지낸 모 국회의원과 또다른 국회의원 등 P후보 핵심 측근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공보특보가 상대후보 측의 마타도어와 최근의 지지율 추이를 보고했다.

"L후보 측의 공세가 심해졌습니다. 공정 경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누군가 경선 포기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영남지역에서의 지지율이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수도권에서의 지지율은 다소 반등했다는 보고에 측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싸움은 이제부터다. 경제와 정책마인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7.같은 날 여의도 J 전 의원 캠프

신당 창당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J 전 의원 캠프는 측근인 한 의원이 총괄하고 있다. J 전 의원 측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가상투표 결과에 잔뜩 신경을 쏟고 있다. 오늘 밤 M방송에서 보도할 가상 오픈 프라이머리 결과를 미리 빼냈다. K 전 총리와의 격차는 여전히 7% 이상이 난다.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앙숙인 K의장과의 후보단일화를 통한 시너지효과면 뒤집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본선 경쟁력을 내세우는 것도 잊지 말자. J 전 의원은 오후로 예정된 경선참여 기자회견을 앞두고 다시 한번 원고를 확인한다.

#8.같은 날 민주당사

H대표는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이번만큼은 도와주셔야 합니다. 호남 민심이 달려 있습니다. 호남이 없이는 정권 재창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영남후보를 내세워서는 싸움이 되지않습니다. 최 비서관을 통해 한마디 해주시면 됩니다."

H대표와 통화한 것은 동교동이었다.

애써 끌어들이려고 한 K 전 총리도 고집불통이고 통합신당 지분도 약속받지 못했다. '호남의 적자'를 내세워 대권가도에서 영향력을 할 수밖에 없다.

#9.같은 날 동교동

최 비서관을 통해 '현실정치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연일 동교동을 찾는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문을 닫아 걸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전화가 울린다. 최 비서관은 중요한 일일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네. 동교동입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전해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최 비서관의 미간이 조금씩 떨리고 있다.

#10.다음 날 새벽

CNN 브레이킹뉴스(Breaking News)

CNN에서 긴급뉴스가 타전되고 있다.

분단국 출신으로 첫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 총장이 이달 말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북핵문제와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에 대해 일괄 타결할 것이라는 뉴스다.

반 총장은 이미 세계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남북한을 오가면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면서 북한과 미국 양국을 설득, 마침내 김 위원장과의 회담과 북핵 해결방안까지 이뤄낸 것이다.

반 총장의 평양 방문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대선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1.같은 시각 한나라당 대표실

"또다시 북풍에 당하는 것인가…." K대표는 의자에 파묻힌 채 이번 사태가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이 기사는 본사 정치부가 각종 정치 전망을 토대로 각색한 것임을 다시 한번 밝혀드리며, 특정 인물이나 특정 정당과 사실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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