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동훈 감독이 말하는 '타짜'의 배우들

"계획대로 캐스팅할 수 있었던 건 축복"

영화 '타짜'의 기세가 심상찮다. 흥행 성공을 예상은 했지만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등급과 도박이라는 소재에 혹여 거부감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파죽지세로 내달리고 있다.

'타짜'의 성공에는 원작과 다른 각색으로 전환해 새로운 스타일로 범죄 장르를 구축해낸 최동훈 감독의 공이 크지만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춰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낸 배우들의 내공 역시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감독은 "좋은 작품은 배우들을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들이 좋은 평을 듣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정 마담 역의 김혜수와 아귀 역의 김윤석은 '타짜'를 통해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평단과 관객의 고른 호평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최 감독이 말하는 배우들의 매력은 무얼까.

우선 김혜수.

정 마담은 원작과 가장 많이 차이가 나는 캐릭터다. 만화 '타짜'에서는 단순히 도박판의 설계자에 그쳤던 정 마담은 영화 '타짜'에서 드라마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요 캐릭터로 변모했다. 만화보다 훨씬 적극적인 인물이며 섹시하면서도 고니에 대한 미묘한 애정을 품고 있다. 돈에 대한 야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김혜수 씨가 내게 상상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김혜수를 떠올리면 왠지 '세다'고 생각해 특별히 센 표현을 하지 않아도 그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들에겐 내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빛나길 바라는 야망이 있는데 혜수 씨의 경우 변신이라기보다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혜수 씨는 그걸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조승우.

최 감독은 처음부터 고니 역에 조승우를 염두에 두고 썼다. 제일 먼저 캐스팅에 공을 들인 배우도 조승우였다.

"영화 '타짜'는 고니가 별 볼일 없던 청년에서부터 승부사가 돼가는 과정을 보여줘야 했다"며 "여리게 생긴 것 같은데 저 배우가 근사하게 차려입고 나와 화투를 치면 얼마나 근사해 보일까, 라고 혼자 상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승우를 브래드 피트와 비교했다.

"조승우는 어리지만 연기도 잘하지 않나요. 캐스팅해 만나고 눈을 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일 고생이 많았죠. 도박 영화라고 해놓고 뛰고 자동차가 전복되고, 기차에 매달려야 하고, 액션신은 웬만한 액션 영화 못지않았으니까요.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조승우에게서 수컷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을 때 굉장히 흡족했습니다."

그리고 히든카드이자 관객으로부터 찬사를 이끌어낸 아귀 역의 배우 김윤석.

최 감독은 촬영 당시부터 "김윤석을 주목해달라"는 말을 했다. "'범죄의 재구성' 때 역량만큼 보여주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아귀는 정말 나쁜 놈이지만 악귀는 아니다. 변태적인 신사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 역은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 짧은 순간 제대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윤석 씨가 전날 술을 마셨는지 부스스한 얼굴로 촬영장에 왔다가도 의상만 갖춰입으면 전혀 다른 모습이 돼 날 흥분시켰다.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고 당시를 기억하며 "좋은 배우랑 작업하면 감독은 상상만 하면 된다. 김윤석과 조승우가 불꽃튀는 연기 대결을 펼치면서도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줘 역시 좋은 배우랑 일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김윤석 역시 "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캐릭터나 작품을 보고도 이런 전혀 다른 느낌이 나오는 역을 맡기는 감독에게 배우는 무한한 신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몇 편의 드라마를 통해 보인 선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며 소름이 돋는 연기로 절대 악에 다다른 것과 같은 아귀를 표현해내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평경장 역의 백윤식과 고광렬 역의 유해진 역시 "그분들 외에 다른 배우는 생각할 수도 없다"는 말로 깊은 신뢰감을 표했다.

'범죄의 재구성' 이후 다시 만난 백윤식이야 어느새 최동훈 감독과 호흡이 잘 맞는 배우가 돼 있으며, 유해진에 대해서는 "단면적일 수 있는 고광렬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고 꽉 찬 연기로 질감을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최 감독은 "감독은 배우를 빛나게 하는 작품을 만들 때 제일 좋다"며 "요즘 대부분의 감독들이 자기가 쓰고 연출해 늘 고통스러운 작업을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배우들이 노동량도 가장 많고 가장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초 계획했던 대로 배우가 캐스팅되는 건 감독에게 축복과도 다름없는 일"이라며 "그런 축복을 받게 해준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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