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의 민심대장정이 9일로 막을 내린다. 지난 6월말 퇴임한 직후 민생투어에 나선 지 꼭 102일만이다.
"사람이 사는 문제와 동떨어진 문제로 싸우는 이른바 '여의도식 정치'를 극복하고 민심 읽기를 통해 새로운 정치모델을 보여주겠다"며 배낭 하나 메고 시작한 정치적 실험인 '100일 민심대장정'.
국토의 최남단인 마라도에서 강원도 화천.인제.속초, 동해안 울릉도와 독도 등 전국 주요 지방 중소도시와 섬을 대중교통만 이용하면서 발로 누비는 숨가쁜 일정이었다.
지난 6월 30일 퇴임식을 가진 손 전 지사가 민심대장정 첫 방문지로 선택한 곳은 전남 장성군.
지난해 폭설 피해 당시 경기도 공무원들과 직접 찾아가 복구활동을 한 인연이 있는 곳이었다.
손 전 지사는 이 곳에서 "이제 대한민국을 땀으로 적신다는 의미로 민심대장정에 들어갔다.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대장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호남에서 시작된 민심대장정은 이어 충청과 강원, 영남으로 이어지며 국토를 시계방향으로 크게 한번, 작게 한번 종횡무진 누비는 식으로 진행됐다.
충북 보은에서는 지하 400여m 갱에서 석탄 가루와 땀에 뒤범벅이 된채 8시간동안 채탄작업을 했고 전북 남원에서는 콤바인을 몰고 농민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벼베기 작업을 했다.
전남 목포에서는 새벽 수협 위판장 청소를 한 뒤 항운노조 소속 노동자들과 어울려 막걸리 대담을 나눴고 강원도 인제에서는 이틀동안 임시 둑 쌓기를 하며 폭우피해를 입은 수재민들과 아픔을 같이 했다.
또 경북 구미에서는 자녀 사교육비 문제와 내집 마련 과정에 빌린 은행대출 문제로 고민하는 주부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경남 마산에서는 환경미화원 등 서민들의 생생한 생활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그러다 말겠지'라며 대장정을 '정치적 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민생행보 일정이 쌓여갈수록 취지에 공감하고 격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졌고 이는 손 전 지사에게 큰 힘이 됐다.
손 전 지사는 농민, 광부, 어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 과정에서 "국민들의 생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치, 국민들의 마음과 뜻을 대변하는 정치를 꼭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종의 '생활정치', '손학규식 정치'의 선언인 셈이다.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에는 당내 소장파 의원을 포함해 많은 인사들이 동참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임태희(任太熙) 정병국(鄭柄國) 의원 등 경기도 출신 의원들과 원외 당원협의회장이 손 전 지사를 격려 방문한 것을 비롯해 김진홍 상임의장 등 뉴라이트 전국연합 지도부와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 대학 선후배 사이인 가수 조영남씨 등이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 현장을 찾았다.
시인 김지하씨는 경북 경주에서 손 전 지사를 찾아 논두렁 대담을 가졌고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손 전 지사의 행보를 응원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손 전 지사의 이번 민심대장정은 구태 정치와는 다른 '신선한 시도'라는 점에서 일부 국민들의 성원을 얻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
손 전 지사의 홈페이지에는 민심대장정이 50일을 넘어서면서 곳곳에서 동참의사를 밝히는 글이 올랐고 수천명이 '생활정치'에 대한 공감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손 전 지사 측도 '기대 이상'의 성원에 한껏 고무된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선 이같은 일련의 행보가 진정한 생활 정치, 손학규식 정치로 재확인되기 위해서는 대장정 과정에 나온 국민의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 구체화하고 정책으로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손 전 지사는 "정치와 국민 사이의 불신과 분노의 장벽을 걷어내려면 국민의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개발하는 가운데 신뢰를 쌓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희망의 꿈을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생활현장에서 요구하는 사항과 수요를 기본으로 하는 정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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