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주인공 밝힐 수 없는 미담

얼마 전에 있었던 대구 근교의 어느 대학교 개교기념일. 이날 대학에선, 여러해 전부터 캠퍼스 조경을 위해 다양한 수종의 많은 나무들을 거저 심어준 어느 중년 부인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학생들 정서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 농장에 있는 나무 좀 갖다 심었는데 감사패는 무슨…"이라며 절대로 식장에 오지 않겠다는 분을 억지로 모셔다가 감사패와 스무 돈짜리 황금으로 만든 행운의 열쇠를 드린 것이다. 이날 부인이 기념식을 마치고 식장에서 나오는데 주차장 옆에서 땀에 젖은 채 부지런히 청소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부인이 차에 오르려다 돌아 내려서 말을 건넸다. "이 학교에 오래 계셨어요?" 말없이 일하던 사람은 생판 모르는, 단정한 차림의 부인이 웃는 얼굴로 말을 걸어오자 주춤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그런데예…" 부인이 말을 이었다. "저, 실례가 안 된다면 학교를 위해 구석구석 깨끗이 살피는 아저씨께 이걸 드리고 싶은데요."라면서 행운의 열쇠 상자를 건네려하자 "아닙니다. 제가 왜…" 아저씨는 그게 뭔지도 모른 채 그저 당황하고 있었다. 부인은 "어차피 이건, 학교에서 이 학교를 위해 노력해준 고마운 분을 위해 마련한 것이니까 아저씨가 받는 게 마땅해요."라면서 맡기듯 건네고 떠났다.

필자는 평소 그 부인의 인품을 잘 알기 때문에 여기서 그분을 밝히지 못한다. 나중에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그분은 오래전부터, 외로운 아이들 뒷바라지해서 취직시키고 결혼 시킨 일, 가난에다 병까지 앓는 이웃 있으면 주머니 털어가며 입원 치료시킨 일, 젊은 가장이 부도나고 만삭의 아내는 산달이 다가왔으나 길가에 나 앉아야할 형편에 놓였다는 딱한 소식을 듣고선 입원 치료비에다 생활비까지 대 주며 친정어머니 역할을 한 적도 있다. 그분은 지금도 가난한 예술가를 위해 작업실로 밥상을 차려 손수 이고 가선 "예술가가 배가 부르면 잡념이 일어서 안돼요."라며 격려한다. 물론 이번 추석에도 남모르게 이런저런 사고(?)를 여러 건 쳤다. 이렇듯 그분 덕분에 건강을 되찾고 안정된 사람들은 막내 동생처럼 아들딸처럼 수시로 찾아와선 부인의 남다른 '그 마음'을 섬긴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는 형편이 좋던 어렵던 주위에 '나보다 더 힘겨운 이웃' 만나면 절대로 외면하지 않고 따듯하게 손 내미는 '내리사랑'을 배운 대로 실천한다.

그 부인의 주위엔 높은 사람도 많고 잘난 사람도 많지만 이런 소박하고 살가운 사람들이 더 많다. 우리들 곁에 이런 분들이 알게 모르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참으로 살만하다.

이현경 밝은사람들-홍보실닷컴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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