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부터 일손을 놓은 제약회사 영업사원 박영규(31·대구 수성구) 씨. 무려 9일간이나 쉰 그는 9일에야 다시 일을 시작했으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고민이다.
"지난 여름휴가 때도 9일 동안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려니 쉽지 않더군요. 일은 해야 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고 오전 내내 피곤했어요. 이번에도 며칠은 걸릴 것 같네요."
지난 3일부터 6일 간 쉰 조경업체 직원 정경호(32·대구 남구) 씨. 역시 연휴 뒤 첫 출근이 힘들긴 마찬가지. 9일 출근하고 보니 몸은 무겁고 쏟아지는 잠을 쫓느라 바빴다.
이들이 고생하는 것은 이른바'홀리데이 증후군' 때문. 월요병처럼 한동안 쉬다가 일을 새로 시작하는 때 정신적·육체적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이종한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주일 단위생활에 적응돼 있다가 긴 연휴, 게다가 명절이 끼어 가족행사까지 챙기다 보니 생활에 긴장감이 없어지고 후유증도 오래 가는 것"이라 진단했다. 그는 또"쉰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일을 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갖는 등 재충전의 기회로 삼는다면 일상 복귀가 보다 쉽다."고 충고했다.
곽호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긴 연휴 동안 평상시처럼 수면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등 생체리듬 유지가 필요하지만 한국인은 이런 훈련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현상과 관련, 쉬는 날이 겹치는 경우에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긴 연휴로 인해 일의 능률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우리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해묵은 논쟁'도 다시 번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법정공휴일은 모두 14일. 일본이 15일, 스페인은 14일, 프랑스와 싱가포르 11일, 미국 10일 정도. 국내 경우 주 5일제 도입과 여름 휴가 등으로 경제 규모에 비하면 쉬는 날이 많다는 일부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하지만 반론도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공휴일과 토·일요일이 겹치면 다음 날인 월요일이 유급 공휴일이 되고, 미국은 아예 추수감사절을 11월 넷째 목요일로 정하는 등 공휴일이 겹치지 않게 배려했는가 하면 주(州)에 따라 공휴일이 많은 곳은 17일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근로자는 '일주일 내내 쉰다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 근로자들은 '빨간 날'만 놀 뿐이며 그마저 일이 많으면 출근해야 한다."며"우리 놀이 문화가 잘못돼 홀리데이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이므로 휴일을 줄여 홀리데이 증후군을 막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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