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청년회 체육대회가 아니라 주민들 전체가 참여하는 마을 잔치지요."
추석인 6일 오전 11시. 울진 대게 원조 마을로 불리는 평해읍 거일2리 청년들은 차례상을 물리기가 무섭게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하나둘씩 마을공터로 몰려들었다.
청년회가 주관한'추석맞이 기수별 배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배구대회는 고향 선·후배 간 우의와 결속을 다지는 것은 물론 도시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고향의 넉넉함으로 재충전해 또 한번 도약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 10여년 전부터 또래 청년들끼리 팀을 만들어 시합을 해오던 것을 작년에 처음으로 정식대회로 치러 올해 2회째를 맞았다.
"배구 땜에 추석이 기다려 집니다. 몇달 전부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있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작전도 짜고 체육복 맞추는 일도 상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친구들의 근황과 고향 소식도 알게 되죠."
대회출전을 위해 단체복을 마련했다는 최봉수(39·부산) 씨는 한 달 전부터 배구대회 준비로 귀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기다렸다고 했다.
올 참가 팀은 모두 15개 팀에 등록선수만 130여 명이나 됐다. 50세 이상으로 구성된 팀도 출전했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정계원(54) 씨는"90년대 중반부터 도민체전 9년패를 이뤄낸 울진배구의 주역인 방성광(46·교사)·박원길(체육교사) 선수 등이 이곳 출신이고 국가대표를 지낸 신영철 LG 배구팀 감독도 인근마을 출신이어서 인지 대부분이 배구는 웬만큼 한다."고 전했다.
귀가길이 바쁜 출향인들을 배려해 대회를 추석 당일 열면서 마을 전체 주민 300여명이지만 참가자는 400여 명에 이른다. 고향의 부모님을 위해 우승팀원들에게는 휴대용가스버너, 준우승팀에겐 후라이팬을 지급하고 참가자 모두에게는 휴지를 주는 등 상품도 생필품으로 푸짐하게 준비했다.
배구대회 경비는 십시일반으로 마련했고 경기당일 부녀회·노인회 등 마을내 자생단체와 원로들의 정성어린 마음(?)의 후원아래 문어·가자미·새우·노가리 등 안주로 나온 해산물도 푸짐했다.
방영철 청년회장은"내년에는 좀 더 짜임새 있는 행사로 귀향인들이 고향의 따뜻함과 추억을 되새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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