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6년째 '언어·호칭 바로쓰기' 운동 벌이는 최훈영씨

"친정 아버지와 남편을 똑같이 '아빠'라고 부르고, 남의 아버지를 '아버님'이라고 부릅니다. 길가는 노인에게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예사이고, 툭하면 '저희 나라' 운운하는 방송인도 있습니다."

16년째 우리 언어와 호칭 바로잡기 운동을 벌여 온 최훈영(崔勳永·53.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씨가 지적하는 우리 언어생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정어와 남남어의 혼용과 호칭 구분의 혼란이다.

집안에서 쓰는 '가정언어'와 집밖에서 남남끼리 쓰는 '남남언어'의 무분별한 사용이 호칭과 언어의 무정부 상태를 초래했다는 얘기다. '아버지·어머니'는 아들 딸이 어버이를 부르는 말이고 '아버님·어머님'은 며느리가 시어른을 부르는 말인데 뒤죽박죽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또 남의 아버지는 '어르신'으로, 혈연관계가 없는 노인은 '어르신' 또는 '노인'이라 부르는게 옳다고 한다.

호칭(呼稱)에서 '호'란 직접 부르는 말이고 '칭'이란 일컫는 말인데, 이 또한 구별이 되지 않고 있다는게 최 씨의 지적. 예를 들어 '고모부'는 '칭'이지 '호'가 아니고 따라서 고모 남편의 '호'는 '새아제'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말의 교통순경'이라 자처하는 최 씨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0년 부터. 경주 최씨 집성촌으로 고향인 대구시 동구 지묘동에서 문중 아이들 수 십명을 모아 놓고 효도언어를 가르친데서 비롯됐다.

최 씨는 주변에서 무심코 내뱉는 잘못된 호칭과 언어를 꼭 지적하고 넘어간다. 특히 언어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송에서 잘못 쓰는 말들은 꼭 메모해 두었다가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 따지고 바로잡아야 직성이 풀린다.

대학에서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호칭 관계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6개월 전 부터는 '최훈영의 언어예절' 홈페이지(www.choihunyeong.com)까지 열고 옳은 호칭과 바른 말 쓰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영미권 해외 동포사이트와 길림·흑룡강신문에도 글을 보내고 있다. .

최씨의 주장은 조선시대 남인(南人) 계열의 어법으로 경상도 중심의 호칭이라는 반론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고유의 호칭 조차 제대로 구별해서 쓰지 못하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에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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