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복 입은 귀성객 보기 힘들어"…달라진 추석 풍속도

"요즘은 추석이라도 한복을 입고 고향을 찾는 귀성객을 거의 볼 수 없어요."

8일 의성읍 시외버스정류장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의 이야기다. "4, 5년전만 해도 추석때는 버스정류장이나 기차역, 슈퍼마켙 등지에서는 한복을 입고 선물꾸러미를 가득 든 귀성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의성읍 여성 경로당의 할머니들도 "말이 추석이지 이젠 추석 기분이 나지 않는다. 명절에는 그래도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야 기분이 나는데…."라고 서운해 했다.

이번 추석도 예외는 아니어서 의성읍에서는 한복을 입고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의성읍 상리리 배차순(여·51) 이장은 "한복은 입기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외출시 거추장스러워 요즘 젊은 여성들은 명절에 시댁이나 친정으로 나들이할 때 한복을 가방 등에 보관했다가 집에 도착 후에 갈아입는 게 대부분"이라며 "우리 고유의 옷인 만큼 명절만이라도 한복을 입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에 따라 바뀐 것은 한복이 사라진 것 뿐만 아니다.

7일 봉화군 상운면에 사는 김모(78) 할아버지 집의 경우 떠들썩한 추석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지난달 24일 휴일날 서울 등 대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모여 조상 산소에 벌초와 성묘를 하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김 할아버지는 "추석차례는 서울에 사는 큰 아들집에서 지내기로 했다."며 "차 밀리고 위험한데 두번, 세번 내려오지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추석 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친척과 친구집을 찾아 어른들을 뵙던 풍속도 찾기가 힘들어졌다. 대부분의 귀향객들은 추석전날 고향집을 찾았다가 추석날 차례를 지내기 무섭게 귀경하기 때문이다.

연휴기간 중 동창회 체육대회를 주선한 박모(44·영주 휴천동) 씨는 "추석연휴 기간동안 동창회 체육대회를 개최했는데 휴일날 개최때보다 참석인원이 적다."며 "모두 추석을 지내고 서둘러 귀경한 것 같다."며 후회했다.

최모(54·영주 휴천동) 씨는 "어릴적 손 꼽아 기다리던 추억이 생각난다."며 "어려운 형편이지만 아이들에게 새 옷을 사주고 객지에 나간 친척들이 모여 송편과 햇과일 등 음식을 장만해 차례와 성묘를 지내던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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