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과의 소통위해 판결문 쉬워야"…현직판사 주장

"법률 전문가에게는 기본적인 용어라도 일반 국민들에겐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해도가 떨어지며, 판결문에서 자주 쓰이는 '소외(訴外)', '각자(한자로는 各自인데, 各者의 의미로 오해한다)' 등은 거의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현직 부장판사가 판결서의 최종 독자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이므로 당사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판결문을 써야 한다고 주창하고 나섰다.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 이원범 부장판사는 "쉬운 판결문이야 말로 진정 '법원과 국민이 소통하는' 방편이기 때문에 최종적 독자인 일반 국민의 입장과 수준을 배려한 판결서 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이달 말 대법원이 주관하는 '민사·사법 관련 법관 연수'에서 주제 발표를 한다.

변론이 말을 통한 의사소통이라면, 판결은 글을 통한 의사소통. 진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양 당사자의 소통수단 공유가 필수적이며, 따라서 판결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판결문 쉽게 쓰기 운동은 지난 해부터 각급 법원에서 자체적으로 법관회의와 연구반 설치 등을 통해 구체적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 성과는 아직 크지 않다.

실제 모 법원에서는 소액사건의 판결서에서 청구취지를 주문으로 이해해 패소한 원고가 항소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으로 문제제기를 한 사례도 있었을 정도였다.

이 부장은 일반인이 판결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0명(교수 8명, 의사 2명)을 조사했더니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절반이나 됐다고 한다. 또 축약식 문장과 문장의 길이에 대해서도 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부장은 최적의 문장은 50자 이내이며 길어도 100자를 넘기자 말자고 제안했다.

이 부장은 "변호사 도움없이 당사자 본인 소송이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어려운 판결문으로 인해 재판의 실체적 내용에 대한 이해와 설득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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