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끝낸 뒤 첫 거래일인 9일 주식시장이 북한의 전격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충격에 속절없이 붕괴됐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5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는가 하면 코스닥지수는 장중 하락률이 무려 9%대에 이르고 선물가 급락으로 프로그램 매매의 호가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말 그대로 패닉(공황) 현상을 보였다.
◆ 北 핵실험 발표에 패닉..'핵폭풍' 한방에 21조 증발 = 이날 시장은 개장 전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연휴 기간 미국 다우존스3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미국과 유럽의 여타 주요 증시지수들도 연중 최고치에 근접하는 등 다시 한 번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형성됐지만 언제 닥칠지 모를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대형 악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안한 가운데서도 10포인트대의 '일상적' 하락폭을 보이던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30분께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 같다는 정부당국발 소식이 전해지며 낙폭이 곧바로 20포인트대로 확대됐다.
이어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장관회의 소집소식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핵실험 성공발표 보도가 쏟아져 나오자 시장의 낙폭은 1,303선까지 50포인트 가까이 커졌다 결국 32.60포인트(2.41%) 내린 1,319.40에 마감됐다.
개인 투자자 위주여서 심리적 악재에 취약한 코스닥시장은 그 충격이 더욱 컸다.
코스닥지수는 핵실험 소식에 장중 530선 초반까지 폭락하며 9%대 낙폭을 기록, 북핵 후폭풍에 속수무책임을 여지없이 드러낸 뒤 48.22포인트(8.21%) 떨어진 539.10으로 지난해 9월16일(536.60) 이후 13개월만에 최저치로 거래를 마쳤다.
선물시장에도 막대한 타격이 가해져 코스피200 선물은 지난주 종가 177선에서 북한의 핵실험 발표후 장중 한 때 무려 6포인트 이상 수직 급강하한 뒤 4.60포인트 내린 172.50에 마감됐고 특히 코스닥 스타지수선물은 장중 1,125선까지 폭락, 오후 12시17분께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올해 들어 여섯번 째로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상승종목은 39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종목은 780개에 달했고 코스닥시장은 상승종목이 21개에 그친 데 비해 하락종목은 무려 287개나 된 하한가 종목 등 923개 종목에 이르렀다.
이날 북한발 핵폭풍 한 방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시가총액은 연휴 전 731조5천930억원에서 710조760억원으로 21조5천170억원이 사라졌다.
◆ 개인 투매속 외국인 대거 '사자'..거래 급증 = 그러나 이날 시장의 급락은 심리적 충격을 받은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됐을 뿐,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강한 '사자' 움직임을 보이는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첫 핵실험 감지소식이 나오기 전 500억원대에 그치던 순매수 규모를 장중 대거 확대, 정규장중 4천764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같은 시간 200억원대에 그쳤던 코스닥시장의 순매수도 748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기관 역시 정규장중 1천3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순매도였으나 그 규모는 32억원에 그쳤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6천23억원, 668억원씩을 대거 순매도하며 투매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외국인들도 선물시장에서는 '팔자'에 나서 4천765계약의 매도우위로 장을 마쳤다.
한편, 개인들의 투매와 외국인의 '사자'가 만나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폭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은 오후 3시35분 현재 3억9천608만주로 지난 4일보다 1억7천만주 이상 급증했고 거래대금도 1조5천억원 이상 불어난 4조4천739억원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의 거래량도 7억1천736만주로 2억6천만주나 불어났고 거래대금은 1조9천687억원으로 6천억원 가까이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 남북경협주. 방산주 들썩 = 북한의 핵실험으로 향후 동북아 정세를 점치기 어렵게 되면서 종목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이른바 '전쟁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중 군용 무선통신장비 부품업체 엘씨텍[038060]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군용 통신장비 제조업체 휴니드[005870]도 10.73% 급등한 1천4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 전자전 시스템 관련업체 빅텍[065450]도 12.10% 폭등한 6천300원을 기록했고 방독면 제조업체 해룡실리콘[036640]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3천915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중소형 방산주의 강세와 달리 삼성테크윈[012450]과 한화[000880] 등 대형 방산주는 3.43%, 2.31%씩 내리며 오히려 불안한 모습이었다.
또, 대북 송전 관련주로 꼽히는 광명전기[017040]와 선도전기[007610]는 각각 13.89%, 13.14% 폭락했고 특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커지면서 현대아산의 대주주 현대상선[011200]이 대형주로 보기 드물게 하한가로 추락하며 1만4천800원에 마감됐다.
◆ 채권, 금리 보합권 후퇴속 관망 = 북한 핵실험 소식이 상승세를 보이던 채권 금리를 보합권으로 되돌려 놓았다.
9일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후 3시 현재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오른 연 4.61%를 기록중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61%로 전 거래일 최종호가와 같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채권 금리는 지난 주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낮아진 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 속에 전 거래일대비 0.03%∼0.04%포인트 가량 상승한 채 출발했다.
그러나 장중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고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주식 시장 폭락이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선호도를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금리 상승 폭이 점차 줄어든 것 .
그러나 북한 핵실험이 초래할 수 있는 외환 시장발 악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증권 서철수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 대비 반사적 이익과 외환시장에서 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 상충하고 있는 상태"라며 "따라서 아직 이번 핵실험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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