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출입기자를 맡은 지 꼭 1년이 넘었다. 민선 3기에서 4기로 넘어가는 큰 변화와 혁신도시 선정 등 굵직한 현안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을 많이 만났다. 그 결과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라는 수레바퀴를 진보와 발전의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은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란 명언(名言)을 곱씹어 보게 됐다.
6년여 동안 대구시 예산담당관을 역임한 K 씨. '마른 수건을 짜야 할' 정도로 시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국비를 따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대구선 이설 과정에서의 그의 국비확보 스토리는 드라마를 방불케했다. 2002년 K 씨는 철도청이 대구선 이설구간에 대구시의 부담으로 화물중계역을 건설하고, 동대구역 후적지엔 경부고속철도 역사를 건립해 결국엔 철도청이 시를 상대로 352억 원의 반사 이익을 챙긴다는 것을 '포착'했다. 그 후부터 그는 철도청 등을 상대로 화물중계역을 시 예산으로 짓는데도 국유재산으로 귀속되고, 향후 수익금도 전액 국고로 환수되기 때문에 이 사업 건설비는 '당연히' 국비지원이 돼야 한다고 끈질기게 주장·설득했다.
덕분에 352억 전액을 국비지원받는 데 성공했고, 설계변경 등으로 나중에 증액된 130억 원도 국가가 부담하게 됐다. 만약 K 씨의 노력이 없었다면 482억 원을 고스란히 대구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부담할뻔했다. 보통교부세 증액 등에도 수완을 발휘했던 그는 "2조 원이 넘는 시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안간힘을 쓴 결과"라며 겸손해했다.
수십년이나 낙후된 철도변을 확 바꾸고,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철도변 정비사업. 국가에서 예산을 전액 지원하는 이 사업이 원활하게 확정된 데는 공무원 A 씨의 땀방울이 밑거름이 됐다. 올들어만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등으로 50여 차례나 출장을 다녀왔다. 다른 공무원들이 다 쉬는 공휴일에도 서울에 출장을 갔고, 담당 공무원들의 집에까지 찾아가 국비 확보에 공을 들였다. "발품을 판 만큼 성과가 나온다."는 소신에 따른 그의 노력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시 공무원들에게 심어줬다.
K, A 씨처럼 대구 발전을 위해 '몸을 던지는', 창조적인 공무원들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 대구가 발전하기 위한 도약대를 마련하려면 대구시 공무원들부터 먼저 나서야 하기 때문.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자가 만난 공무원의 수가 적은 탓인지 몰라도 대구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남보다 한발 앞서 일을 하는 '창조적 소수'라 일컬을만한 공무원의 수가 1만 여 대구시 공무원 가운데 고작 30여 명에 불과하다는 게 솔직한 소회(所懷)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천명하는대로 '희망의 도시, 일류 대구'가 되기 위해선 창조적 소수 역할을 하는 공무원의 수가 적어도 300여 명은 돼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 대구가 비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대현 사회부 차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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