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 논술 예시답안

2008학년도 대학입시 논술고사와 관련해 학생, 학부모가 이해하고 예상할 수 있는 자료들을 가장 빠르게 내놓는 대학은 서울대다. 서울대는 이미 지난 6월에 2008학년도 논술고사 2차 예시문항을 발표했다. 특히 서울대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앞장서 주도하고 있어 여타 대학들도 큰 틀에서는 비슷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 학부모들이 대강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서울대의 인문계 예시 문항 2번의 예시답안을 싣는다. 문제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홈페이지(admission.snu.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논제 1. 제시문 (가)권헌의 묵매기(墨梅記)와 (나)이익의 논화형사(論畵形似)는 조선시대 문인들의 그림에 대한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그림을 창작하고 감상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

논제 2: 다음 두 산수화(그림1, 2)는 안견(安堅)의 와, 정선(鄭敾)의 이다. 논제 1의 논의를 바탕으로 두 그림을 비교 감상하시오.

논제1.

제시문(가)는 그림에서 묘사되는 대상의 본질을 중요시하고 있다. 대상의 '본질적인 특성[神]'은 겉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표현하고 있는 분위기나 운치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보는 사람이 그런 '본질적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권헌은 친구인 이자야가 그린 매화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매화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그 가지와 줄기가 뒤엉켜 있는 모습이 아니라 그것이 풍기는 분위기를 '헤아려 깨닫고 마음으로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깨우침이 매화의 참모습이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제시문 (나)는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를 강조하고 있다. 사람들이 소동파의 시를 잘못 이해하여 겉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일을 등한시하고 있는데 이는 '물체의 본질'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신이란 대상의 겉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서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대상의 본질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우선 그 모습을 '사진(寫眞)'처럼 묘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제시문 (가)와 (나)는 그림을 창작하고 감상하는 데 있어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상의 본질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제시문 (가)는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와는 무관하게 그림에서 대상의 본질적인 특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제시문 (나)는 대상의 본질은 사실적인 형상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논제2.

그림을 감상할 때는 그림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형상에 내재되어 있는 본질이나 정신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상을 얼마나 실제에 가깝게 묘사했느냐만을 가지고 그림을 평가한다면, 그림은 사진 기술의 발달 이후 의미가 없어졌을 것이고 현대의 추상미술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림에서 대상을 사실에 가깝게 묘사하느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 하는 점은 그 대상이 드러내고자 하는 본질적인 특성과 관련하여 이해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함께 감상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몽유도원도'는 안견이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듣고 그린 그림이다. 그러므로 애초에 이 그림은 실재하는 대상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상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형상화했느냐 아니냐 하는 식으로 논의될 수 없다. 다만, 안평대군이 꿈에서 이상향에 가까운 세계를 보고 느꼈던 감흥이 얼마나 잘 드러나 있느냐 하는 점이 '몽유도원도'를 평가하는 주안점이 되어야 한다. 그림 왼쪽에는 현실 세계를, 오른쪽에는 무릉도원을 나란히 배치하여 안평대군이 느꼈을 꿈속의 감흥을 보는 이들에게도 전달하고자 한 의도를 알 수 있다. 현실세계는 정면으로 바라보는 구도로 그려졌고 이상향의 세계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로 그려졌기 때문에, 안평대군이 꿈에서 무릉도원을 보고 느꼈을 놀라움과 신기함 등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비가 그친 후의 인왕산의 모습을 보고 그린 것이다. '몽유도원도'와는 달리 실재하는 대상을 보고 그렸으나 이 역시 그림이 인왕산의 모습을 얼마나 사실에 가깝게 그렸느냐 하는 것보다는 인왕산의 특성을 얼마나 잘 드러냈느냐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인왕제색도'에서 인왕산의 모습이 사진처럼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인왕산의 특색은 잘 드러난다. 우뚝 솟은 봉우리와 바위를 힘 있는 필치로 그려내어 보는 이를 압도할 것만 같은 인왕산의 정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두 그림은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라는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대상의 본성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지나며 아직도 예술에 대한 숭고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제공 : 송원&이슈 논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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