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대학입시는 3년을 주기로 바뀌고 있다. 2002학년도에는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며 특기와 적성을 강조하는 형태가 도입됐고, 2005학년도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7차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춰 다양한 선택을 중시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2008학년도에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목표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반영 비율을 높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의 영향력을 다소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문제는 교육부나 대학의 이 같은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사실이다. 어떠한 제도든 현실과 맞닥뜨릴 때 다소간의 굴곡이 생기는 건 불가피하고,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대학입시 역시 제도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 교육부와 대학과 고교의 미묘한 시각 차이, 현실적인 적용 여부 등에 의해 당초의 취지와는 크게 다른 결과를 낳아왔다.
따라서 대학입시 제도를 이해하고자 할 때에는 제도 자체의 의미를 이해하는 한편 여러 가지 변수와 문제점 등에 따른 현실 적용 양태를 살피는 두 가지 잣대가 필요하다. 2008 입시의 주요 특징을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자.
▨ 학생부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가장 달라지는 사항은 학생부와 관련된 것들이다. 지금까지 학생부 교과 영역(내신 성적)은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로 신뢰도가 떨어지고, 지역간·고교간 학력 격차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대학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했다. 교육부는 고교 성적 산출의 신뢰도를 높이고 대입 전형에서 반영 비중을 확대하는 쪽에 대입제도 변화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교과 성적 표기방식 변경
지금까지 학생부에서는 과목별 단위수와 석차, 평어 등을 표기했으나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기 위해 2008학년도부터는 원점수 외에 과목 평균과 표준편차까지 나타낸다. 석차는 9등급으로 나뉜다.
▶ 대학들의 반영 비율 확대
각 대학들이 학생부 위주로 선발하는 전형을 확대하거나 신설하였다. 서울대의 이나 서강대의 , 성균관대와 숙명여대의 , 이화여대의 , 한양대의 등이 해당된다.
2학기 수시모집의 일반전형과 정시모집에서도 많은 대학들이 학생부 반영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였다. 따라서 현행 제도와 비교하면 학생부 비중은 외형상 상당히 높아진다. 그러나 학생부 9등급제에서 성적 부풀리기는 없어지지만 학교 간 학력차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대학들이 학생부의 실질 반영 비율을 낮추고 대학별고사의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많다. 학생부 비중은 외형상 반영 비율보다는 실질 반영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
학생부는 수시와 정시 대부분의 전형에서 기본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전형요소다. 반영 과목은 서울대와 연세대처럼 전 교과목을 반영하는 대학도 있지만 많은 대학들이 국어·수학·영어에 인문계는 사회, 자연계는 과학을 중심으로 반영한다.
▶ 실질 반영 비율이 관건
대입 전형을 외형만 놓고 보면 50% 이상을 반영하는 학생부가 가장 비중이 높다. 2008학년도의 경우 학생부를 50% 이상 반영하는 대학이 129개교로 2007학년도 38개교에서 대폭 늘어난다.
그러나 여기서 50% 이상이라는 수치는 외형상의 반영 비율일 뿐 실제 전형에 미치는 비율(실질 반영 비율)은 아니다. 2008학년도 학생부에서도 지역간·고교간 학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들은 실질 반영 비율을 낮추는 현재의 방안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A대학의 전형 총점이 1천 점 만점이고 학생부 점수가 500점이라면 외형상 반영 비율은 50%다. 그러나 모든 지원자에게 기본 점수를 450점 주게 되면 최저 등급과 최고 등급 차이는 50점으로 줄어든다. 실질 반영 비율은 50/1천이므로 5%에 불과한 셈이다. 실제로 2007학년도 대입에서 대부분 대학들의 외형 반영 비율이 30% 이상이었지만 실질 반영 비율은 9.4%에 그쳤다. 2008학년도에도 기껏해야 15%를 넘지 않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지원하는 수험생의 조건을 들여다보면 실질 반영 비율조차 무색해진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지원하는 수험생의 학생부 등급은 거의 비슷할 수밖에 없고 많아야 한두 등급 차이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전형에 미치는 영향력은 1, 2%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 대학수학능력시험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학생부가 강조되면서 수능시험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전체적으로 9등급제로 바뀐다고 하지만 수험생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변별력이 있다. 자칫하면 예상보다 한두 문제를 더 틀려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 등급제 도입
수능시험의 출제 영역이나 시험 횟수 등은 현재 틀이 유지된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 위주의 출제가 강화된다는 사실이나 단편적 지식을 묻는 암기 위주 학력고사 방식을 지양하고 사고력 측정을 강화한다는 기조도 새로울 게 없다. 학생들의 학교 수업이나 학습 방법에 큰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두드러진 차이는 9등급제가 도입되는 점이다. 현재는 수능 성적표에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이 제공되지만 2008학년도부터는 등급만 제공되기 때문에 대학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 비중은 줄어도 영향력은 여전
지금까지 대학입시에서 수험생들의 당락을 결정하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친 요소는 수능시험 성적이었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도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외형 반영 비율은 학생부에 비해 낮아지지만 신뢰도가 높다는 점에서 대학들의 활용 양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수시모집의 경우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정시모집에서도 영역별 등급을 점수화하는 등의 방안이 도입될 예정이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비롯한 대학별고사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으나 다단계 전형, 영역별 가중치 부여 등의 방법을 통해 수능시험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9등급도 변별력 존재
전국의 수십 만 수험생을 9개 등급으로 나눌 경우 같은 등급의 수험생이 수만 명이나 되기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이는 오판이다. 영역별·등급별로 단순 조합만 해도 수험생간 격차는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특정 영역이나 과목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법, 탐구영역이나 제2외국어 등 특정 과목의 선택을 요구하는 방법, 다단계 전형에서 수능을 특정 단계의 기준으로 하는 방법 등으로 활용하면 변별력은 더욱 높아진다.
아래 표는 2006학년도 수능시험 응시자들의 영역별 등급을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다. 이를 자세히 보면 수능 등급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전형요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언어와 수리, 외국어의 1등급 100점, 2등급 95점…9등급 60점으로 하고, 탐구과목은 1등급 50점, 2등급 47.5점…9등급 30점으로 환산한 것임. 탐구영역을 4개 과목으로 했을 경우 500점 만점에 점수 범위는 500점에서부터 300점가지 분포함. 점수 단위는 2.5점이며 가지 수는 81개임.
▨ 대학별 고사 강화
논술과 구술·면접 등의 대학별고사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로 떠올랐다. 논술고사는 2학기 수시와 정시모집에서 10~50%까지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다. 학생부와 수능의 실질 반영 비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 같은 반영 비율은 당락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논술고사를 학업과 관련된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로 바꿔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대학별 실제 시행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논술고사는 수도권 주요 대학 인문계열에 진학하려는 수험생만 준비하면 되는 시험이었으나 2008학년도에는 중위권 대학은 물론 자연계열 진학 희망자도 논술 대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 대학별 고사의 자세한 내용은 별도로 다룬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 : 대구시 교육청, 송원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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