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요계에 불어닥친 히트상품 복제 바람

제2의 신화·핑클·베이비복스 하반기 등장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아파트에는 '제2의 신화'를 꿈꾸는 예비 스타들이 1년째 복닥복닥 합숙중이다. 진태화·신기현 등 남자 6명은 지난해 10월 음악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배틀 신화'에서 발굴된 신인들. 신화의 소속사인 굿이엠지를 통해 11월 초 데뷔를 준비중이다. 그룹명은 배틀.

올해 '제2의 코요태'인 혼성그룹 타이푼, '남자 장윤정'인 박현빈, '여자 SG워너비'인 씨야에 이어 하반기에도 히트 그룹의 복제 동생들이 대거 등장할 태세다. 핑클의 소속사인 DSP엔터테인먼트(이하 DSP)가 '제2의 핑클', 베이비복스의 소속사인 DR뮤직도 베이비복스 2기를 훈련시키고 있다.

이들은 음반기획사 대표 상품의 성공 사례를 본뜬 케이스. H.O.T·젝스키스·S.E.S·핑클 등 1990년대 말 그룹 전성시대를 이을 차세대 스타로 탄생할지, '제2의'란 수식어와 함께 '형보다 못한 아우'로 전락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 히트 상품의 업그레이드 버전

배틀은 이미 팬클럽 회원 수가 1만 명에 이르고 팬카페 수도 수십 개에 달한다. 신화의 댄스음악 스타일에 파워풀한 록을 가미해 차별화한다는 계획. 이번 주 타이틀곡 녹음을 마치고 재킷 촬영을 한다.

굿이엠지는 "미국 교포 출신 멤버가 영어, 중국서 어린 시절 유학한 멤버가 중국어에 능통하며 일본어는 소속사에서 트레이닝시켜 각 멤버가 구사하는 언어는 4개국어에 이른다"면서 "아시아로 뻗어나간 신화처럼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DSP는 극비리에 '제 2의 핑클'을 기획했다. 역시 11월 데뷔 예정인 이들은 일단 10대 소녀 네 명으로 구성됐지만 DSP 관계자에 따르면 최종 단계에서 한두 명의 멤버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DSP는 "가장 나이 많은 멤버가 19살로 모두 10대로 구성돼 있다"며 "오디션을 거쳐 트레이닝 중이다. 2년 넘은 멤버, 4~5월 합류한 멤버도 있다. 현재 여성 댄스그룹 시장이 피폐한 가요계에서 이들의 등장은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핑클과의 연관성에 대해 "댄스그룹이지만 핑클과는 다른 음악 스타일"이라며 "과거 여성 그룹이 한두 명의 보컬에 나머지 외모가 예쁜 멤버들로 구성됐다면 이젠 가창력이 기본인 만큼 멤버 전원이 노래와 댄스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비복스 2기는 멤버 구성 막바지 단계에 있다. DR뮤직은 음반 녹음 과정에서도 탈락자가 나올 수 있다며 경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신중한 모습이다. H.O.T·NRG와 함께 한류 1세대였던 베이비복스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11월부터 중국, 태국에서 먼저 활동을 시작한다.

DR뮤직은 "베이비복스처럼 국내외 활동을 병행하기 위해 언어 능력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한 멤버는 영어·독어·불어, 다른 멤버는 영어·일본어에 능통하다. 예비 멤버들도 중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류 딱지 떼고 '형보다 잘난 아우'돼야

이들 그룹의 등장 배경은 위축된 가요계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엔 H.O.T-젝스키스, S.E.S-핑클 등 서로 다른 음반기획사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비슷한 스타일의 그룹을 기획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실험보다는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확률 높은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버즈의 프로듀서인 작곡가 고석영 씨는 "자사 음반기획사의 특정 가수처럼 곡을 써달라는 요청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며 "음반 시장이 힘든 상황에서 검증된 사례로 실패의 파장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안전한 기획"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음악채널 KM TV의 홍수현 PD는 "안전한 기획이라기보다 오히려 모험일 수 있다"며 "음반 관계자, 언론이 '제2의~'라고 떠드는 게 아니라 냉정해진 음악 팬들이 '어~ 쟤네들 완전히 핑클이네, 그런데 음악은 훨씬 예술'이라고 인정해야 성공할 수 있다. 완성도 높은 음악이 관건"이라고 충고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정창환 이사도 "(기획사에서 의도하지 않더라도)'제2의'란 수식어는 신인을 쉽게 주목하게 만드는 방법이지만 독창적인 아이덴티티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팀의 구성원 캐릭터, 활동 전략, 음악 스타일의 변화가 지금의 음악 팬과 매치된다면 기존 그룹과 분명 다르게 보일 것이다. 승패는 여기서 갈린다"고 덧붙였다.

일부 음반 관계자들은 이미 성공 모델을 확보한 대형 음반기획사이기에 가능한 기획이라는 언급도 했다. 한 신인 가수의 소속사 대표는 "음악 팬들은 SM·YG 등 히트 가수가 있는 대형 음반기획사의 신인에게 데뷔 전부터 관심을 가진다"며 "대형 기획사의 노하우와 파워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이들은 영화 '투사부일체(두사부일체)'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처럼 1탄의 흥행을 넘어선 2탄이 될 수 있을까. 가요 관계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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